
국내 수입차 시장을 오랫동안 지배해 온 독일차의 독주 체제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미국과 중국 브랜드가 무서운 기세로 시장을 파고들면서 전통적인 독일 세단 중심의 독점 구조가 깨지고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변화는 독일 브랜드의 단순 침체라기보다 전기차를 필두로 한 수입차 시장의 외형 확대와 소비자 선택권 다변화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 독일차 점유율 40%대 하락…미국차 '돌풍'·중국차 '공습'
2020~2026년 국가별 수입차 신규등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수입차 시장은 지난해(2025년)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30만 대(30만7377대)를 돌파하며 역사적 정점을 찍었다.
양적 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가별 점유율 지도는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과거 70%(2022년 72.57%)까지 치솟았던 독일 브랜드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50%대(56.11%)로 내려앉은 데 이어, 올해 1~5월 누적 46.70%를 기록하며 50% 선이 무너졌다.
특히 최근 3개월간은 40%대 수준에 머물렀으며, 4월에는 수입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처음으로 월간 시장점유율이 30%대까지 떨어지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독일차가 내려놓은 시장점유율의 빈자리는 미국과 중국 브랜드가 빠른 속도로 흡수하고 있다.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곳은 미국이다. 미국차는 2023년 점유율이 6.13%까지 추락하며 고전했으나, 지난해 22.26%로 반등한 뒤 올해 상반기 현재 32%(4만6714대)까지 치솟았다.
돌풍의 주역은 글로벌 전기차 선두 주자 테슬라다. 테슬라는 올해 '모델 Y'와 '모델 3' 등 볼륨 모델을 필두로 압도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수입차 월간 브랜드별 등록 대수 1위를 연이어 차지하는 등 미국차의 시장 지배력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중국 브랜드의 한국 시장 공습도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차는 지난해 가성비를 앞세운 전기 승용차를 중심으로 6107대(점유율 1.99%)를 판매하며 국내 시장에 등장했다. 이어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지난 해 전체 판매량을 넘어선 7023대(점유율 4.81%)를 기록, 수입차 시장의 새로운 주류 축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1위 전기차 BYD의 국내 승용 시장 본격 진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BYD는 뛰어난 가격 경쟁력과 한층 강화된 상품성을 갖춘 라인업을 앞세워 단숨에 월간 수입차 판매 상위권(4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등 시장 판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 전환기 맞은 수입차 시장…소비자 혜택과 선택의 폭 확대
일각에서는 독일 브랜드의 시장점유율 급락에 대해 '독일차 위기'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일각의 시각은 다르다. 수입차 시장의 전체 파이(규모)가 커지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다양성 확대'라는 분석이다.
수입차 관계자는 “독일 브랜드의 절대적인 판매량이 급감했다기보다는 테슬라와 중국 브랜드 등의 약진으로 전체 수입차 시장의 규모 자체가 커지는 과정에서 상대적 시장점유율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미국·중국이 독일의 시장점유율을 빼앗아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수입차 시장 여건이 다변화되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대폭 확대된 긍정적인 신호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타 국가 브랜드들 역시 각자의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격전을 벌이고 있다. 과거 불매운동 여파로 고전했던 일본 브랜드(토요타·렉서스 등)는 최근 글로벌 하이브리드(HEV) 선호 현상에 힘입어 지난해 8.66%, 올해 7.0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여전한 수요를 증명하고 있다.
스웨덴 브랜드(볼보 등) 역시 안정적인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며 매년 5~6%대 점유율을 유지 중이다. 반면, 프랑스 브랜드는 최근 5년 새 판매량이 72.35% 급감하며 다소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수입차 시장이 파워트레인 대전환기와 맞물려 단순한 '브랜드 네임밸류' 싸움에서 '합리적 가격과 다채로운 사양'의 싸움으로 변모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의 강자와 신규 브랜드 간 무한 경쟁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수입차 시장 지각변동은 결국 국내 소비자들의 혜택과 선택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