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이 다음 달 4년의 임기를 시작하면서 이들이 실행할 공약에 관심이 모인다. 적지 않은 광역자치단체 당선인들이 선거 기간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확장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미 20개가 넘는 바이오 클러스터가 존재해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산·학·연·병 기초 인프라가 미흡하다 보니 국가 재정 투입에도 참여 주체 간 시너지 효과 창출이 부족한 탓이다. 전국에 흩어진 바이오 클러스터의 기능과 역할을 조정할 컨트롤타워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자신문이 제9회 지방선거 당선 광역단체장의 선거 공약을 분석한 결과 10명 이상이 바이오 클러스터 관련 공약을 제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동북권 창동·상계 일대 '서울디지털바이오시티(S-DBC)' 산업단지 지정을 약속했고,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인은 영종바이오국가산업단지 지정, 남동국가산단의 바이오산업 전환을 공약했다.
이밖에 경남 동부권 바이오 메디컬 혁신벨트 구축, 안동 바이오·반도체 산업 유치, 충주 바이오헬스 국가산단 첨단기술 연구 기반 조성, 오송 K-바이오 스퀘어 조기 완공 등 지역별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 방안도 적지 않다.

문제는 현재 국내에 20곳이 넘는 바이오 클러스터가 조성됐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말 공개한 '첨단의료복합단지 진단과 성과 평가, 추가 지정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에는 인천 송도, 서울 홍릉, 충북 오송, 전남 화순, 경북 안동, 강원 원주 등 20개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국가 재정을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다. 민간 기업이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해 자발적으로 조성한 클러스터는 제외한 숫자다.
보고서에서 첨단의료복합단지 추가 지정 여부에 대해 전문가의 83.3%가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기존 단지 내실화가 시급하고, 클러스터 간 기능 중복 문제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앞서 구축된 클러스터가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 않음에도 새로운 클러스터 추진 목소리가 반복되는 셈이다.
김영옥 K-바이오전략연구원장은 “선거 때마다 지자체장이 풀패키지형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이 문제”라면서 “지방 일부 클러스터는 입주 기업을 모으기도 만만치 않을 정도로 운영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 지역이 '롤모델'로 삼는 미국 보스턴, 스위스 바젤 등 주요 바이오 클러스터의 성공 요인을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보스턴에는 1200개 바이오기업과 하버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20여개 병원 등이 밀집해 있어 기술과 자본, 인력의 교류가 활발하다. 바젤 역시 로슈, 노바티스 등 글로벌 빅파마 본사가 있고, 이들 기업은 로슈에 대규모 연구·투자 생태계를 마련했다.
일찌감치 창업과 연구, 투자, 인수합병(M&A)이 연계된 바이오산업 전 주기 협력 체계를 구축한 결과 바이오산업이 각 지역 주요 먹거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에 비해 국내는 클러스터 인근에 역량 있는 대학과 임상 연구 병원이 부족한 편이다. 일부 클러스터 지역에는 연구기관이 한 곳만 위치할 정도로 성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대기업 공장이 위치한 인천 송도를 제외하고는 클러스터 내에 앵커기업도 부재하다. 연구성과가 창업과 사업화로 이어지는 집적 효과가 발생하기 어렵다.
다수 클러스터가 지방에 위치하다 보니 인재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 송도 K바이오랩허브 입주 기업 대표는 “송도만 해도 투자 유치와 기업 미팅을 위해 서울을 오가기가 멀어 본사만 등록했고, 판교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대부분의 직원이 일한다”고 말했다.
경북과 전북 등은 지역은 2024년 기준 바이오 전문 인력이 각각 1700명, 1300명으로 수도권 3만9000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국에 흩어진 바이오 클러스터 역할을 재정립하고, 클러스터 간 연계를 높일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클러스터에는 초기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연구시설·장비를 갖춰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같은 조사에서 수요기업의 50.3%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클러스터 입주 기업의 매출, 고용, 특허 출원 등 주요 지표도 비입주 기업에 비해 우수했다.

지난 4월 16일 출범한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는 주요 과제로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 혁신을 선정했다. 클러스터 연계·조정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바이오혁신위원회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각 클러스터의 유·무형 인프라가 공유되는 통합 플랫폼을 2030년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권역별 클러스터 구심점이 되는 전국 8개 허브를 우선 연결하고, 전국 클러스터와 민간 분야로 순차 연결하는 방식이다. 실험실·사무공간 같은 자원 예약 기능부터 맞춤형 상담·컨설팅, 권역별 투자설명회·콘퍼런스 등을 각 지역에서 확인해 클러스터 간 협업이 향상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기존 클러스터 역할을 조정하려는 정부와 각 지자체장의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의지를 얼마나 조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신규 지정을 위한 법 개정 절차를 밟고 있다. 각 지자체 역시 바이오헬스 공약 이행을 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