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과의 군사 충돌 여파로 미국 물가가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사랑한다(I love the inflation)”고 발언해 정치권에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10일(현지시간) 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인플레이션이 2023년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에 우려하는지'를 묻는 기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지표가 아주 좋다. 내가 왜 인플레이션을 좋아하는지 아는가”라고 반문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확보를 위한 비밀 작전(이란 전쟁)이 끝나는 순간, 물가는 돌덩어리처럼 곤두박질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에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의 치솟는 생활비 고통을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발언의 문맥이 왜곡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내가 좋다고 한 것은 물가가 예상보다 더 높게 치솟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현재의 인플레이션 수치가 이번 전쟁 기간 중 정점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역시 “대통령의 발언이 완전히 오해받았다”면서도 유가 상승이 국민들에게 큰 부담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대통령은 낙관론을 펼치고 있으나, 실제 경제 지표는 가혹한 실정이다. 이날 미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5월 연간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2.4%에서 4.2%로 상승했으며, 이는 전월 대비 0.5% 높은 수치다. 특히 노동부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두 달 연속 앞질렀다. 실질 평균 주간 노동 소득은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0.7%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이란과의 평화 협상 과정에서 “미국인들의 개인 재정 상태는 '조금도(even a little bit)' 신경 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는 것뿐”이라고 발언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당시 그는 “이는 완벽한 발언이었으며, 다시 할 의향도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급등했던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특히 재집권 후 1년 안에 에너지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실제 경제 지표는 반대로 흘러가자, 여론은 냉담하게 반응하고 있다. NBC가 지난 4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대처에 대한 지지율은 32%에 그쳤으며, 68%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해 취임 후 두 번째로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