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가계통신비, 패러다임 전환 필요

고물가 시대에 가계 통신비마저 치솟으며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졌다고 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정보통신 지출은 17만6189만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가구당 1만원 가까이 늘었으니 비싸졌다고 체감할 만 하다.

통신사들은 억울하다고 하소연이다. 사실상 통신요금은 수 년 째 정체인 데 가계 정보통신 지출이 늘었다고 하면 통신사를 향한 비난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통계치만 놓고 보면 통신사 입장도 틀린 말은 아니다. 1분기 가계 정보통신 지출에서 전통적 통신요금(통신 단말·서비스)은 직전 분기 대비 50원 오르는데 그쳤다. 반면, 노트북과 같은 '정보처리장치 및 기록매체(7120원)', TV 등 영상음향기기(1381원) 항목 지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전체 정보통신 지출 부담 상승을 견인했다. 세계적으로 전자제품 부품값이 급등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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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서울 시내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 앞을 지나는 시민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가계 정보통신비 상승을 이끄는 것은 원자재 가격과 같은 일시적인 요인 이외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와 같은 신규 서비스 영향도 크다. 특히 전체 가계 정보통신 지출 중 생성형AI가 포함된 '기타 영상 및 정보 관련 서비스' 지출은 2023년 1분기 월평균 822원에 불과했지만 1분기 2938원으로 무려 257.4%나 늘었다. 결국 가계 통신비 부담이 커졌다는 것은 OTT, 생성형AI 등 구독 서비스 비용이 함께 인식된 데 따른 착시 현상이 크게 작용한 셈이다.

정부는 통신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같은 변화를 심도 있게 고민하고 반영할 필요가 있다. 통신 단말과 서비스에 국한한 전통적인 통신 소비가 이제는 OTT, 생성형AI로 대변하는 정보·콘텐츠 플랫폼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신사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책기조에 맞춰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한 5G·LTE 통합 요금제, 데이터안심옵션(QoS) 전면 시행을 발표했다. QoS 시행은 데이터 사용이 크게 늘어난 현 트렌드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개념의 통신 요금 인하와 네트워크 연결에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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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철 기자

이제는 정부가 '쥐어 짜내기식' 통신비 인하 압박이나 요금표 숫자 끌어내리기에 집중할 게 아니라 생성형AI나 OTT 등 새로운 통신 소비 패러다임 변화에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 두 영역이 향후 가계 부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정보통신비 개념 재정립이 우선돼야 한다. 정보통신 지출 항목에서 전통적인 통신비 비중은 지난해 1분기 73%에서 올해 1분기 71%로 하락했다. 별도 비용의 단순 합계가 아닌 정보통신서비스 이용 편익의 총비용 개념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 하다.

새로운 의미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 이제는 통신, 인터넷을 넘어 AI가 기본 인프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소득, 지역 등에 따른 디지털 격차가 필연적인데, 보편적 서비스 관점에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통신 정책 연구도 시작해야 한다. 정부 재원으로 격오지에 초고속 인터넷, 공중전화와 같은 기본적인 통신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에서 이제는 누구나 AI 서비스를 차별 없이 누릴 수 있는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통신사도 패러다임 전환에 동참해야한다. 이재명 정부는 통신기본권 보장과 더불어 AI 대중화를 위해 '모두의 AI' 정책을 강하게 드라이브하고 있다. 이에 맞춰 인프라 측면에서 통신사는 물론 AI, OTT 기업도 동참해 국민적 확산에 기여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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