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이병훈 전자전기공학과·반도체공학과 교수, 전자전기공학과 전재현 박사 연구팀이 하나의 반도체 소자만으로 여러 회로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트랜지스터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소자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반도체 산업의 과제 중 하나는 '더 작은 칩 안에 더 많은 기능을 넣는 것'이다. 기능이 늘어날수록 필요한 회로와 트랜지스터 수도 증가하는데 이미 만들어진 반도체 칩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는 기존 칩 구조를 보호하기 위해 400도 이하 저온에서 후공정(BEOL)이 진행되어야 한다.

연구팀은 '산화아연(ZnO)'과 '텔루륨(Te)'에 주목했다. 두 물질은 200도 이하에서도 얇고 균일하게 제작할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아 왔다. 연구팀은 이 둘을 결합해 'ZnO-Te 이종접합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
이 소자는 전류 흐름을 매우 독특하게 조절한다. 전압이 올라가면 전류도 함께 증가하는 일반적인 반도체와 달리, 특정 구간에서 오히려 전류가 감소하는 '부성 미분 트랜스컨덕턴스(NDT)' 특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하나의 소자 안에서 이 현상을 두 번 연속 발생시키는 '이중 부성 미분 트랜스컨덕턴스(D-NDT)'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비결은 두 소재가 겹치는 길이를 정교하게 조절한 데 있다. 겹치는 구간이 짧을 때는 전류가 한 번만 변하지만, 구간이 길어지면 소자 안에서 가로·세로 방향 전류가 동시에 형성되면서 전류 피크가 두 번 만들어진다. 일직선으로 흐르던 전류가 입체 교차로를 만난 것처럼 더 복잡한 신호 처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연구팀은 이 소자를 이용해 입력 신호 하나를 네 개의 신호로 바꿔주는 '주파수 4체배기'를 구현했다. 원래는 여러 개의 트랜지스터가 필요했던 기능이지만, 이번 기술은 단일 소자만으로 이를 구현했다. 필요한 트랜지스터 수를 75% 줄인 셈이다. 또, 실제 회로 실험에서는 하나의 입력 신호 주기 안에서 데이터 처리 속도가 4배 증가하는 것도 확인했다.
이병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잡한 회로 기능을 단일 소자 수준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초소형 AI 기기나 3차원 고집적 반도체 시스템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국가반도체연구실 지원핵심기술개발사업, 나노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