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 반세기 지난 '관광법' 전환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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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

대한민국 관광법 체계는 약 반세기 전 만들어진 틀 위에서 유지돼 왔다. 당시 관광은 외화를 벌어들이는 제한적 산업으로 인식됐고, 법 역시 산업의 육성보다는 관리와 규제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 그러나 최근 관광산업의 환경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정부가 관광 관련 법 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금, 우리는 오래된 제도의 틀을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관광법의 방향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오늘날 관광은 더 이상 단순한 이동과 소비의 산업이 아니다. 데이터, 플랫폼, 콘텐츠, 기술, 지역경제가 결합한 복합 산업으로 진화했다. 여행은 하나의 경험이자 콘텐츠가 되었고, 글로벌 플랫폼은 관광산업 경쟁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현행 법체계는 여전히 업종 등록과 관리 중심의 아날로그적 구조에 머물러 있다. 산업은 디지털로 전환됐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는 그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의 경험에 있다. 여행자가 지역을 걷고, 음식을 맛보고, 사람을 만나고, 문화를 체험하는 과정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다. 그러나 그 경험을 발견하고 예약하고 공유하고 확산하는 방식은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다. 관광은 이제 아날로그적 경험과 디지털적 연결이 결합할 때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산업이 됐다.

따라서 새로운 관광법 역시 이러한 구조를 반영해야 한다. 과거의 관광법이 공간, 업종, 시설을 중심으로 산업을 관리했다면, 앞으로의 관광법은 데이터, 플랫폼, 콘텐츠, 기술, 지역을 함께 이해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새로운 산업을 기존 법의 틀에 억지로 끼워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온라인 기반 여행 서비스, 글로벌 플랫폼, 데이터 활용, 디지털 콘텐츠 유통과 같은 영역은 기존 법체계만으로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새로운 사업자들은 여전히 모호한 법적 지위에 놓여 있고, 이는 혁신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된다. 법이 산업의 변화를 뒤따라가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이제는 법이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고, 새로운 시장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관광은 지역경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워케이션, 펫 관광, 스마트 관광, 지역 기반 체험 콘텐츠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관광은 이미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도적으로 수용하고 확장할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 지역이라는 아날로그적 공간과 디지털 기반 서비스가 결합할 때 관광은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지역의 숙박, 음식, 교통, 문화, 창작자, 소상공인이 디지털 플랫폼과 연결될 수 있어야 관광산업의 성장은 지역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의 관광산업은 단순한 성장만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지속가능성 역시 핵심 가치가 돼야 한다. 관광은 지역, 숙박업계, 플랫폼, 소상공인, 여행자, 주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움직이는 산업이다. 특정 기업이나 플랫폼만 성장하는 구조로는 장기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관광으로 발생한 가치가 지역사회와 다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친환경 이동, 지역 기반 콘텐츠, 로컬 크리에이터와 협업, 지역 소상공인과 플랫폼 간 상생 모델 등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미래의 관광법은 단순한 규제 체계가 아니라 산업의 성장, 지역의 지속가능성, 이해관계자 간 균형 있는 공존을 설계하는 법이 돼 한다.

이번 법 개편은 '관리' 중심에서 '진흥' 중심으로, '아날로그' 중심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으로 나아가는 전환이어야 한다. 관광을 단순한 규제 대상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만드는 핵심 산업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반세기 전의 법으로는 지금의 관광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앞으로의 관광은 지금보다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만드는 법은 향후 50년의 관광산업 구조를 결정할 수 있다. 아날로그적 경험의 가치를 지키면서 디지털 전환의 가능성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관광법, 그것이 이번 전환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 jihaj@tripbto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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