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래의 콘텐츠 脈] 〈15〉문화기술과 K컬처산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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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래 용인대 문화콘텐츠학과 특임교수·前 한국콘텐츠진흥원장

한국문화기술기획평가원은 지난 5월부터 문화·체육·관광·저작권 연구개발 기술 수요설명회를 개최하고,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 연구개발(R&D) 수요를 받고 있다. 2026년도 문화기술 R&D 예산은 1500억원이다. 정부 R&D 전체 예산 35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0.5%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문화기술은 문화와 예술적 요소를 과학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이용자의 경험을 확장하게 하는 핵심 기반기술이다.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고,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고 만족도를 제고할 수 있다. 오늘날 문화산업 경쟁력은 단순히 창작자의 창의성만으로는 담보하기 어렵다. 인공지능(AI), 버추얼 프로덕션(Virtual Production), 혼합현실(XR), 디지털 휴먼, 3D 가우시안 스플래팅(Gaussian Splatting)과 뉴럴 렌더링(Neural Rendering) 등 최첨단 기술이 문화콘텐츠 전 과정과 결합되면서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

최첨단 문화기술을 가진 자가 글로벌 문화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가 문화기술에 대한 주권을 갖지 못하고 타국의 거대 인프라와 문화기술에 의존하게 된다면, K컬저산업은 자칫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문화산업의 가치사슬 체계가 재편되고 있는 이 시점에, 잠재력이 큰 문화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한국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문화기술은 창·제작과 인재 유입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더 많은 아이디어가 문화산업으로 연결된다. 창작자나 스타트업은 문화기술을 통해 아이디어를 쉽게 고품질 문화상품으로 만들고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새로운 인재와 혁신가가 문화산업에 끊임없이 진입하고 저변을 확대하여 선순환 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문화기술을 통해 제작비를 줄이고 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도 있다. 이미 AI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콘텐츠의 제작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의 사례를 보고 있다. 버츄얼 프로덕션이 현지 촬영이나 큰 세트장을 대신하면서 비용과 시간을 줄여준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업체나 스타트업이 다양한 첨단 문화기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K문화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K컬처산업의 지속 성장은 글로벌 시장에 있다. 콘텐츠를 비롯한 K문화상품이 세계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서비스돼야 산업적 성과로 나타날 것이다. 문화적 맥락에 맞는 번역과 소비자 맞춤형 추천 문화기술, 창작자 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차세대 글로벌 저작권보호 기술, 클라우드 기반의 콘텐츠 플랫폼 기술 등 최첨단 문화기술과 잘 결합돼야 한다. 글로벌 유통과 서비스 기술의 고도화가 요구된다.

문화기술 연구개발 성과가 사업화로 연결되는 거버넌스 생태계 구축이 요구된다. 문화기술이 특허나 논문과 같은 결과물에 그치지 않고, 문화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로, 수출로 이어지는 연계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문화산업의 사업화 지원은 다른 기관에서 담당한다. 콘텐츠는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광은 한국관광공사, 체육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저작권은 한국저작권위원회·한국저작권보호원, 공연·예술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경영지원센터 등 다양하다. 문화기술과 산업화 지원이 연계되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문화기술은 장기간의 투자와 전략적 기획이 요구된다. K컬처산업 400조원 시대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기술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문화기술 중요성에 비해 정부 투자는 너무 초라하다. 문화기술을 미래 국가 전략기술로 인식하고, 과감한 투자와 제도 혁신이 요구된다.

조현래 용인대 문화콘텐츠학과 특임교수·前 한국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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