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K-POP 공연, 기술 종속 극복하고 '디지털 주권'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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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삼석 동국대 첨단융합대학 석좌교수

지난 3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BTS의 컴백 공연은 평범한 문화 이벤트를 넘어 K-POP의 글로벌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상징적 사건이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생중계된 BTS의 공연은 전 세계 1840만 명이 동시 시청하며 넷플릭스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이 시청된 라이브 공연으로 기록되었다. 비욘세가 NFL 크리스마스 하프타임 무대에서 세운 기록에 이어 K-POP 아티스트가 그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이 성과의 이면에는 '구조적 취약성'이 자리하고 있다. K-POP 콘텐츠는 세계를 움직이고 있지만, 그것을 구현하고 전달하는 핵심 기술과 플랫폼은 여전히 외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콘텐츠 강국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이 구조적 문제도 함께 심화되고 있다.

K-POP은 세계를 압도하고 있으나 이를 구현하는 플랫폼 생태계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광화문 공연을 가능케 한 클라우드(AWS)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Netflix)은 기술적 인프라를 제공하는 대가로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용자 정보 등 막대한 데이터 자산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공연 제작부터 송출, 데이터 분석 그리고 팬덤 관리로 이어지는 문화 산업의 전체 가치사슬(Value Chain)에서 핵심적인 통제권을 우리가 쥐고 있지 않다는 것이 위기의 본질이다. 콘텐츠 생산자가 유통과 소비의 통제력을 상실하는 순간 K-POP의 경제적 성과는 기술을 가진 플랫폼 기업으로 귀속될 수밖에 없다.

국내 공연 제작 환경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숙련된 인적 자원과 현장 대응력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공연 산업은 이미 사전 디지털 시뮬레이션, AI 기반의 자동화 연출, 실시간 데이터 최적화 시스템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했다.

우리가 기술 인프라에서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향후 K-POP 공연의 글로벌 경쟁력은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주요 콘텐츠 강국들은 스포츠와 공연, 대형 이벤트를 하나의 공간에서 소화할 수 있는 첨단 다목적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다. NFL 경기부터 슈퍼볼, 테일러 스위프트, BTS 등 글로벌 아티스트의 대형 공연과 2028년 LA 올림픽 개·폐막식까지 소화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소파이(SoFi) 스타디움은 AI 기반 팬 데이터 분석과 실시간 디지털 운영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경기장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한국은 서울올림픽주경기장의 대규모 공연 대관이 2023년부터 중단되면서 2032년 이후로 대규모 야외 공연 유치가 미뤄진 상황이다. K-POP이 세계를 장악하는 지금 정작 그 무대를 제공해 줄 첨단 공연 인프라가 국내에는 없다.

공연장을 새로 짓는 물리적 확장만으로는 부족하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반의 무대 설계, 글로벌 실시간 동시 접속을 처리하는 에지 컴퓨팅 기술 그리고 팬덤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소버린(Sovereign) AI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K-POP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산업 표준'을 선점하는 전략적 과제이다.

이 과제가 시급한 이유는 시장의 성장 속도에 있다. 글로벌 K-POP 공연 시장은 2035년까지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산업적 규모가 커질수록 기술 종속의 비용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공연 기술은 이제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K-POP이라는 거대 IP를 지탱하는 핵심 기반 기술(Core Technology)이다.

따라서 정부는 K-POP 공연 기술을 국가 전략 과제로 격상해야 한다. 첫째, 민관 협력을 통한 'K-공연 기술 표준'을 수립하여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표준 기술을 주도하게 해야 한다. 둘째, 문화와 기술을 융합하는 R&D 생태계를 조성하여 콘텐츠 제작사가 플랫폼 기술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외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문화 산업의 역사는 '판을 설계하는 자'의 기록이다.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의 것이 되고, 팝 음악이 빌보드의 언어로 규정되듯, 기술과 인프라를 먼저 설계한 국가가 문화 산업의 표준을 결정한다. 콘텐츠의 감동은 우리가 만들었지만, 그 감동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고 유통하는 생태계까지 우리가 주도할 때 'K-POP의 글로벌 파워'는 지속될 수 있다. 그것의 출발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전략적 과제를 제대로 기획하고 실행하느냐 여부에 달렸다. 콘텐츠는 이미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기술이 그 가능성을 확장해야 할 차례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책임있는 역할을 기대한다.

고삼석 동국대 첨단융합대학 석좌교수(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분과위원) koss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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