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이면 남의 얼굴 산다”… 中 AI 숏폼 유행에 저렴해지는 '얼굴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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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권을 무단 도용해 플랫폼에서 퇴출된 중국 AI 숏폼 드라마 '도화잠'. 일반인(왼쪽)이 SNS에 올린 사진을 도용해 AI 드라마(오른쪽)에 사용했다. 사진=북경일보 캡처

올해 중국 콘텐츠 시장에 인공지능(AI) 숏폼 드라마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이른바 'AI 배우'를 만들기 위해 개인의 얼굴 데이터를 사고파는 '얼굴 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올해 시장 규모는 240억위안(약 5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초상권 침해와 보안 리스크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중국 매일경제신문(NBD)은 최근 중국 배우들의 구인·구직 단체 대화방에 초상권을 영구 귀속을 조건으로 한 'AI 배우 모집' 공고가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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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위안에 초상권을 사겠다는 중국 온라인 게시글. 사진=중국 매일경제신문 캡처

매체가 최근 한 달간 확인한 공고의 사용료는 500~1500위안(약 10만~30만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100위안(약 1만9000원)이라는 헐값에 얼굴을 사겠다는 업체도 확인됐다.

30만원도 되지 않는 적은 비용을 제공하고 사진 2~3장, 권리 서약서 서명 등 간단한 절차를 밟는 것만으로 업체는 개인의 얼굴 권리를 영구히 가지게 된다.

'합법적 AI 초상권 자원'을 보유했다는 업체들은 아예 '얼굴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영업을 벌이기도 했다. 1만~2만위안(약 220만~430만원)을 지불하면 드라마 한 편에 최대 50명의 AI 얼굴을 사용할 수 있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학생이나 은퇴한 노년층 등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일반인들이 주로 얼굴을 판다”며 “한 사람의 얼굴이 여러 업체에 중복 판매되거나, 한 업체가 여러 제작사에 동시에 권리를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귀띔했다.

AI 숏폼 드라마는 '압도적인 가성비'로 각광받고 있다. 일반적인 고품질 실사 숏폼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하는 데는 150만 위안(약 3억 2500만원) 이상이 소요되는 반면, AI 드라마는 20만 위안(약 4300만원) 선에서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 거래다. 일반인이나 인플루언서의 얼굴 정보를 정식 구매하는 업체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샤오홍슈나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을 무단으로 긁어모아 AI 학습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서 인기를 모았던 AI 숏폼 드라마 '도화잠(桃花簪)'은 여러 사람의 얼굴을 무단 도용했다가 플랫폼에서 퇴출당했다.

배우들 역시 AI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 무명 배우나 단역 배우들은 생계를 위해 헐값으로라도 계약을 맺고 있으며, 출연 계약서에 삽입된 독소 조항으로 얼굴 권리를 빼앗기는 경우도 있다. 드라마에 한 번 출연했다가 얼굴 권리가 영원히 제작사에 귀속되는 것이다.

AI 초상권 문제가 계속되자 중국 당국은 본격적인 규제에 나섰다. 지난 3월부터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과 광전총국은 AI 딥페이크 콘텐츠 특별 정찰에 착수해 무단 얼굴 합성 및 권익 침해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또한 최근 '디지털 가상인 정보 서비스 관리법(의견수렴안)'을 발표하고, 타인의 신원을 식별할 수 있는 가상인 서비스를 제공할 때 반드시 당사자의 동의를 얻도록 명문화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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