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저궤도 위성, 산림 산업 현장의 통신 골든타임을 지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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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식 산림청장

숲은 국민에게 편안하고 쾌적한 휴식의 공간이며, 때로는 휴대폰에서 벗어나 자연을 온전히 마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연결의 공간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경험은 숲이 주는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이러한 '통신 단절'은 숲을 방문하는 사람 측의 이야기다. 만약 숲속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숲이 생업 현장이라는 점에서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모든 근로자의 작업 공간은 안전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깊은 산림 곳곳에 존재하는 '통신 사각지대'는 사고 발생 시 구조 요청조차 어렵게 만들며, 현장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한계로 작용한다. 산림사업 현장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통신 인프라 구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통신 사각지대는 여의도 면적의 약 1000배에 달하는 30만㏊ 규모로, 대부분 깊은 오지 산림에 분포한다. 이는 국민이 이용하는 등산로 통신 환경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수준이다. 일부 산림 작업 현장에서는 통신기지국이 설치되지 않아 119 신고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한다. 산림 근로자에게 통신 단절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 공백'이다.

산림 작업은 급경사지, 중장비, 벌목 장비 등 고위험 요소가 상존하는 환경에서 이뤄진다. 이러한 특성상 작은 사고도 중대 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신고와 대응이 핵심이지만, 통신이 닿지 않는 환경에서는 초기 대응 자체가 지연된다. 이 지연은 곧 피해 확대로 이어진다. 산림 현장에서 통신 인프라는 안전의 전제 조건이다.

전 세계적으로 '저궤도 위성통신'은 산업 현장의 안전 기준을 바꾸고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지상 500∼2000㎞ 상공에서 운용되는 수천개의 소형 위성을 통해 전 지구적 초고속 데이터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2025년 1월 미국 LA 산불 당시 스타링크는 T모바일(T-Mobile)과 협력해 1350대의 통신 단말기를 배포하고 긴급 문자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상 기지국이 파손된 상황에서도 911 신고가 가능했고, 산불 진화대원 간 실시간 통신을 지원하며 골든타임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영국의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원웹(OneWeb)은 알래스카 지역의 통신 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했다. 광활한 산림과 험준한 지형으로 인해 기존 유선망 구축이 어려웠던 지역에 위성 기반 인터넷을 도입함으로써, 학교와 의료기관, 공공기관까지 안정적인 통신망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국내 산업 현장에서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HD현대는 2025년 9월 KT 및 KT SAT와 협력해 선박 건조 현장에 스타링크를 도입하고, 작업자 안전과 원격 운전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해상 통신 사각지대에서도 실시간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지면서 작업 안전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산림 분야에도 직접 적용 가능한 현실적 사례다.

국내에서는 2025년 12월 4일 스타링크 서비스가 개시되며 저궤도 위성통신이 본격 도입되기 시작했다. 아직 시장은 초기 단계지만, 통신 사각지대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산림청에서 스타링크 서비스를 활용한 것은 공공 부문이 선도적으로 안전 인프라를 확보하는 사례로서 산림작업자의 안전 확보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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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은 올해부터 중앙부처 최초로 저궤도 위성통신 장비 도입을 본격 추진한다. 지난 2년간 산림 환경에 최적화된 통신 체계를 연구하고, 현장간담회를 열어 사용자 목소리를 반영해 장비를 개발·검증했다. 올해 상반기 중 산림 전용 저궤도 위성통신 장비를 제작·도입한다.

산림청이 구축하는 체계는 단순한 위성통신이 아니다. 통신 사각지대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이동통신망(LTE)과 저궤도 위성통신을 통합하는 지상-위성 연계 통신망이다. 평상시에는 이동통신망을 사용하고, 통신 두절이나 기지국 장애 발생 시에는 위성통신으로 자동 전환된다. 이를 통해 산림 어디서든 끊김 없는 통신이 가능해진다.

장비는 현장 대응성을 고려해 차량탑재형과 배낭형으로 개발했다. 차량탑재형은 산불 진화나 응급 상황 시 즉시 이동·배치돼 현장 통신망을 구축한다. 배낭형은 도보 접근이 필요한 지역에서 근로자가 직접 휴대하며, 작업 중에도 119 신고와 위치 정보 전송이 가능하다. 두 장비는 2025년 12월 현장 실증을 통해 통신 사각지대 해소 효과를 입증했다.

산림 작업에서 사고 발생 시 골든타임은 10분 이내다. 초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피해는 급격히 커진다. 그러나 통신 사각지대에서는 사고 발생 후 신고 자체가 지연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했다.

지상-위성 통합 안전망이 구축되면 상황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산림 어디서든 즉시 119 신고가 가능해지고, 신고와 동시에 위치 정보가 자동 전송된다. 구조대는 정확한 좌표를 기반으로 최단 시간 내 현장에 도착할 수 있다.

산림사업은 넓은 면적 특성상 여러 작업팀을 구성해 이루어진다. 위험 상황 발생 시 다른 작업팀에게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해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또 산림 내 작업 쉼터와 베이스캠프에 위성통신 장비를 설치하면, 근로자는 현장에서 안전 교육과 응급 대응 절차를 상시 학습할 수 있다. 이는 형식적 교육을 넘어 실질적 안전 역량을 강화하는 기반이 된다.

산림청이 추진하는 저궤도 위성 기반 통신 장비 도입은 단순한 기술 적용이 아니다. 이는 산림 일자리 질을 높이고, 현장 안전 수준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변화다. 앞으로 산림 현장은 더 이상 고립된 위험 지대가 아니라 위성과 지상망이 연결된 '통합 안전망' 위에서 운영되는 공간으로 전환될 것이다. 기술은 방향이 분명할 때 힘을 발휘한다. 산림청은 저궤도 위성통신을 통해 그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박은식 산림청장 drforest@korea.kr

〈필자〉1970년 광주 출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임학과 학사 및 산림자원학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1년 기술고시(36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25년간 산림청 국제산림협력관, 기획재정담당관, 산림환경보호과장, 산림정책과장, 산림자원과장, 산림산업정책국장, 산림청 차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직원들이 베스트상사로 뽑은 닮고 싶은 리더로 선정되는 등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림산업정책국장 재직 시 국민주권 시대를 뒷받침하는 산림분야 국정과제 수립과 산림분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림활용도 제고 대책을 마련했다. 올해 3월 취임해 국민을 위한 산림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첨단기술 기반 산림재난 대응체계 구축, 숲의 고부가가치 자원화, 산림 정책·기술 대외지원 등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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