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지역 휘발유 가격이 3년 8개월 만에 리터(L)당 2000원을 돌파했다. 정부는 1억1000만배럴 대체 원유를 긴급 수혈하고, 의료·산업 공급망 전반에 걸친 전방위 수급 방어에 사활을 걸고 있다.
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9.9원 오른 L당 2000.3원을 기록했다. 서울 휘발윳값이 2000원대를 넘은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고유가가 덮쳤던 2022년 7월 25일(2005원) 이후 약 3년 8개월 만이다. 전국 평균도 1,964.7원(6.4원↑)으로 20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제주는 2019.2원까지 치솟았다.
국제 유가 역시 불안한 흐름이다. 미 동부시간 6일 브렌트유(109.77달러)와 서부텍사스산원유(112.41달러) 모두 동반 상승했다.
이에 산업통상부는 긴급 수급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 이외의 대체 경로를 통해 4월분 5000만배럴, 5월분 6000만배럴 등 총 1억1000만배럴 원유를 확보했다. 평시 도입량의 60~70% 수준”이라고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긴급 확보한 2400만배럴이 포함된 물량이다.
수입 원유 도착 시차를 메우기 위한 '비축유 스와프(SWAP)'도 속도를 낸다. 현재 정유사들의 신청 물량만 3000만배럴을 넘어섰다. 이미 2건(약 280만배럴) 이송을 마쳤으며 이번 주 내로 4건 이상의 계약을 추가해 총 800만배럴을 우선 방출한다. 정유사 가동률은 평시 수준인 90%대를 유지 중이며, 각 정유사의 4월 봄철 설비 개보수 일정에 맞춰 도입 물량을 조율할 계획이다.
석유화학 핵심 원료인 나프타는 4월 예상 수입량이 예년의 70% 수준(77만톤)에 그쳤으나, 110만톤 규모의 국내 생산량을 바탕으로 평시 대비 80~90%의 공급을 방어하고 있다. 산업부는 나프타 수입 단가 차액 지원을 3월 1일 계약분부터 소급 적용해 업계 부담을 덜고 추경 편성을 통해 추가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뇌관으로 꼽히던 핵심 산업 소재는 수입선 다변화로 한숨을 돌렸다. 반도체용 헬륨은 미국산으로, 자동차용 알루미늄 휠은 말레이시아·인도·중국 등으로 대체 수입선을 뚫었다. 배터리용 황산은 전량 국내 생산 중이며, 에틸렌(조선)과 레미콘 혼화제(건설) 역시 정상 공급되고 있다. 페인트 용제는 사태 장기화 시 수입 특례 규정을 적용해 수급을 돕고, 농업용 필름은 봄철 영농 수요분을 기확보한 상태다.
보건·의료 제품은 철저한 밀착 관리에 들어갔다. 수액제 포장재는 6월 말까지 쓸 물량을 확보하고 대체사 시제품 테스트를 마쳤다. 다만 일부 병원에서 주사기 등 의료용품을 과도하게 주문하는 정황이 포착돼 보건복지부를 통해 사재기 자제를 강력히 요청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라면 봉지, 분유 포장재 등은 정부 합동 TF를 꾸려 재고를 최우선 관리 중이나, 일회용 비닐 등 합성수지(PP) 제품 전반에 대한 매점매석 금지 및 수출 제한 조치는 적용 범위가 워낙 방대해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