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높은 완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일괄 부과하기로 하면서 한국 가전·제조업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세탁기·냉장고 등 철강 비중이 높은 제품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며, 비용 부담이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2일(현지시간) 발표된 포고령에 따르면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전체 중량의 15%를 초과하는 제품에는 제품 가격 기준 25%의 관세가 적용된다. 반면 해당 금속 비중이 15% 이하인 제품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조치는 오는 6일 0시 1분(미 동부시간)부터 시행된다.
기존에는 제품에 포함된 금속 함량 비중에 따라 최대 50% 관세를 부분 적용하고 나머지에 일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제품별로 복잡한 계산이 필요해 통관 절차가 번거롭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단순한 '일괄 25%' 체계로 전환했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방식이 행정 효율성과 집행력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한국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세탁기, 냉장고, 공조기기 등 주요 수출 품목은 구조상 철강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아 25% 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미 글로벌 수요 둔화와 환율 변동 등으로 수익성이 압박받는 상황에서 추가 관세는 수출 채산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철강·알루미늄·구리 자체에 대한 50% 품목 관세는 유지된다. 더 나아가 미국은 관세 산정 기준을 수출업체 신고 가격이 아닌 미국 내 최종 구매 가격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는 해외 기업들이 가격을 낮게 신고해 관세를 회피하는 행태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실제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의약품 분야에서도 고율 관세가 도입된다.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의약품에는 최대 100% 관세가 부과되며, 제약사 규모에 따라 120~180일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다만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은 별도 무역 합의를 반영해 15%, 영국은 10%의 낮은 관세율이 적용된다. 미국 내 생산 확대(리쇼어링)를 추진하거나 가격을 낮출 경우 관세를 추가로 낮춰주는 인센티브도 제시됐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도입한 '해방의 날' 1주년에 맞춰 발표됐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 부과에 제동을 걸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와 301조 등을 활용해 보호무역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통상정책을 넘어 글로벌 물가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관세까지 더해질 경우, 원자재·물류·완제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복합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소비자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경우 수요 둔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