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아이티아이 대표 “'無 손상 절단'으로 AI 반도체 패키징 기여”

최근 반도체 업계에 '절단' 기술이 화두다.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유리기판을 적용하는 일환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향상을 위해 단수(적층수)를 높이려면 기판을 깨끗이 잘라야 해서다. 절단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실금이 생기거나 티끌이 있으면 수백, 수천만 원에 달하는 반도체가 무용지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차세대 반도체 양산을 위한 절단 기술 개발이 치열한 가운데 '열충격' 기술로 새로운 문을 열려는 기업이 있다. 주인공은 아이티아이다. 이석준 대표가 2009년 설립한 이 회사는 레이저를 활용하는 것은 같지만 남들과는 사뭇 다르다. 가열된 유리컵을 찬물에 담그면 깨지는 것처럼, 레이저를 통해 절단하려는 부위를 급속 가열하고 가열 부위를 다시 특수 냉매로 냉각·수축하며 절단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금이나 깨짐이 없는, 무손상 절단을 구현하고 있다.

그는 “블레이드를 이용한 절단은 기계식 손상에서, 피코나 펨토 레이저를 이용한 절단은 열 손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충격에 약한 유리기판은 물론 적층 수를 높이기 위해 더 얇게 셀을 만들어야 하는 HBM도 절단 기술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상용화가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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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준 아이티아이 대표가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아이티아이 제공〉

이 대표는 아이티아이도 레이저를 활용하지만 '가열'과 '냉각' 조합에 비결이 있다고 했다. 그는 “크랙 없이 절단하기 위해서는 레이저로 열을 가열하는 것보다 냉각방법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가열과 냉각 두 가지를 최적화하는 게 아이티아이만의 핵심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부연 설명은 이랬다. 겨울철 유리컵에 뜨거운 물을 붓고 차가운 얼음물이나 눈을 맞을 때 컵이 절단된다. 이 과정에서 뜨거운 물은 유리컵을 녹이거나 손상시키지 않아 절단된 유리 단면이 깨끗하다는 것이다. 유리기판도 레이저로 녹는점 이하로 가열하고 급속 냉각하면 손상 없이 절단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반도체 기판인 실리콘 웨이퍼는 열충격에 강하기 때문에 더 강력한 레이저 가열 구조와 신개념 냉각 기술이 필요한 데, 아이티아이는 20~35마이크로미터(㎛) HBM 웨이퍼 역시 무손상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손상 없이 자른다는 의미에서 '파인컷(Fine Cut)'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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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기판 단면 사진. 회사는 400㎛ 두께 유리코어에 200㎛ ABF 필름이 장착된 기판을 자른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티아이 제공〉

아이티아이는 2020년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엿봤다. 폴더블폰 핵심 부품으로,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 유리(UTG)가 부상해서다. 유리를 접으려면 소재 자체도 중요하지만 유리를 가공할 때 역시 손상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폴더블 디스플레이(OLED) 위에 유리를 붙여 쓸 수 있다.

대기업에서 투자받고 사업화를 추진했으나 최종 상용화의 문턱을 넘진 못했다. 기술은 개발했지만 자본 및 공급망 참여 등의 한계로 사업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글로벌 기업 문턱은 중기에 높았고, 특히 코로나 시기와 겹치는 시장 상황은 더 큰 한계로 다가왔다. 존폐를 걱정할 만큼 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새로운 투자자를 찾았고 다시 기회를 엿볼 체력을 갖췄다.

이석준 대표는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상용화를 물색하고 있다. 유리기판, HBM, HBF 등 반도체가 혁신하기 위해서는 전과 다른 절단 기술이 필요한 만큼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봐서다. 때마침 반도체 대기업에서 기술 협력을 타진해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에는 직접 제조나 전체 공정을 다 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장비 공급이나 기술 라이선스 등 유연하게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면서 “무손상 절단으로 AI 패키징 기술을 선도하고 대한민국이 AI 강국으로 거듭나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건일 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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