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지급하면, 민원 취하해 드립니다'…불합리한 '보험민원 평가'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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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감독원

보험 가입자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보험사를 압박하거나 민원 취하를 조건으로 보험금 합의를 요구하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 선량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불합리한 보험민원 평가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 소통창구 국민제안을 통해 불합리한 민원 처리 및 평가 방식 개선안이 건의됐다. 보험사가 내린 정당한 면책 결정도 민원 취하를 조건으로 번복되는 현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 보험업계에선 보험 가입자가 보험계약 기본 원칙인 고지의무를 위반하더라도, 보험사에 금감원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압박하거나 민원 취하를 조건으로 보험료 환급 및 보험금 합의를 요구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경영실태평가(RAAS) 때 민원관리 항목이 반영되는 만큼, 지표관리를 위해 보험금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지급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사실과 다르게 병력을 고지하거나 과거 치료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기는 등 고지의무를 위반한 가입자가 금전적 이득을 취득하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민원만 넣으면 해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보험시장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경계다.

아울러 부당하게 지급되는 보험금이나 환급금은 결국 전체 보험사 손해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험사는 손해율을 바탕으로 갱신 시점 보험료를 책정한다. 의무를 준수한 선량한 소비자 보험료가 인상되는 부작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현행 보험사 민원평가 체계가 민원 건수를 중심으로 평가되기에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명백한 고지의무 위반 건에 대해선 민원평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보험사의 원칙 준수를 독려하는 방향으로 평가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험업계는 금감원이 이번 건의를 들여다보고 민원평가 체계가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당한 보험사 판단도 민원에 의해 뒤집히는 사례가 업계 내 고질적인 문제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악성 민원 및 역선택 방지 대책이 마련될 경우 보험질서를 확립하고 민원평가에 대한 보험사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종종 민원방지 취지에서 불합리한 요구가 수용되는 경우가 있다”며 “금융감독원 민원이 보험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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