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택 교수의 D-엣지]당연했던 금융은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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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금융을 이용하면서 불편을 경험하지만 이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 주식을 매도하고도 이틀 뒤에야 자금을 받는 구조, 해외송금에 부과되는 높은 수수료, 복잡한 정산 절차는 오랫동안 자연스러운 질서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당연함은 구조적 비효율을 유지하는 장치기도 하다.

금융의 관행은 단순한 관성이 아니라 시스템의 제약에서 비롯된다. 실시간 처리가 어렵고, 거래 상대방의 불이행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일정한 시간적 완충이 필요하다. 다만 이 구조는 정보 비대칭과 처리 지연이 전제된 환경에서만 성립한다. 문제는 환경이 달라졌음에도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혁신은 기존 구조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다. 왜 이런 구조가 지속되는지, 왜 비용이 이처럼 높게 유지되는지, 왜 이용자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오랜 시간 유지된 질서는 스스로 정당성을 만들어내지만 환경이 바뀌면 그 근거 역시 흔들린다. 과거의 합리성이 현재도 유효하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이 질문은 실제로 금융의 구조를 흔들기 시작했다. 해외송금의 비용 구조를 다시 설계한 레볼루트(Revolut)는 수수료와 환율을 당연한 비용이 아니라 비효율로 바라봤다. 과거에는 국제 금융망과 중개 비용 때문에 불가피했지만, 디지털 환경에서는 이를 그대로 유지할 이유가 약해졌다. 기존 금융기관이 관행을 유지하는 사이, 새로운 플레이어는 비용과 구조를 다시 설계했다. 그 결과 해외송금 시장의 가격과 질서는 빠르게 재편되기 시작했다.

최근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 방향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읽어야 한다.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를 완화하고 자본시장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기조,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 개편, 주식 대금 결제 기간 단축 등 거래 관행 개선에 대한 문제 제기는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다. 이는 과거 환경에서 형성된 금융 구조를 현재의 기술과 시장 조건에 맞게 다시 설계하려는 시도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전환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음을 제도로 입증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 인프라의 구조적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과거에는 결제 지연이 리스크 관리 수단이었다면, 현재는 실시간 데이터 처리와 자동화된 관리가 가능한 환경이다. 그러나 시장 구조는 여전히 증권사, 거래소, 예탁결제기관으로 기능이 나뉜 채 순차적으로 작동한다. 이 구조를 통합적으로 재설계해 자금 이동과 리스크 관리를 하나의 흐름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는 리스크 관리 방식 자체의 변화다.

이와 함께 제도와 감시 체계도 같은 방향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보 비대칭이 심했던 시기에는 사후 규제가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환경이다. 공시 체계의 정교화와 시장 감시 기능의 독립성 강화, 불공정 거래에 대한 즉각 대응이 뒷받침돼야 한다. 신뢰는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감시의 정밀도와 속도에서 형성된다.

마지막으로 인프라와 제도의 변화는 자금 흐름을 바꾸는 구조적 유인으로 이어져야 한다. 과거 부동산으로 자금이 집중된 것은 안정성과 정보 접근성, 세제 구조가 결합된 결과였다. 자금의 흐름도 시장 구조와 제도의 설계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을 유도하려면 위험과 수익, 정보 접근성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자금은 정책이 아니라 구조적 유인에 따라 움직인다.

금융 혁신은 과거의 합리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제가 여전히 유효한지 점검하는 과정이다. 과거에는 필요했던 지연과 비용이 현재도 필요한지 묻는 데서 출발한다. 기술은 이미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남은 과제는 이를 제도와 구조로 전환하는 일이다. 금융의 변화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익숙한 관행을 되짚어 보는 데서 시작된다.

송민택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pascalsong@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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