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의 넥스트 거버넌스] 〈14〉AI 시대, 국민의 정의를 다시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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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학교수·前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를 국가적 과제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 앞에는 훨씬 근본적인 질문이 놓여 있다. 앞으로 누가 대한민국을 움직일 것인가.

첫 번째 현실은 인구 절벽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20년을 정점으로 감소세에 들어섰고, 2070년에는 현재보다 약 40% 줄어들 전망이다. OECD 역시 한국의 노년부양비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본다.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한 인구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세금을 내고 연금을 부담하며 국가를 지탱하는 재정과 사회 시스템의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는 의미다.

두 번째 현실은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노동 구조의 전환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직업의 AI 대체 가능성은 2024년 38.7%에서 2027년 66.7%로 크게 상승할 전망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체의 방향이다. 한국은행 직업별 AI 노출 지수 분석 결과 의사·회계사·변호사 등 고학력 전문직일수록 AI의 영향도가 높게 나타났다. 과거 자동화가 육체노동을 먼저 대체했다면, 생성형 AI는 지식과 학력에 투자해 온 직무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반면 제조·건설·돌봄 현장은 AI 대체가 어려워 오히려 인력난이 심화되는 '노동의 역설'이 구조화되고 있다.

세 번째 현실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외국계 주민은 22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약 4%에 이른다. 제조·건설·농축산 현장은 이미 외국인 인력과 함께 운영되는 체제로 전환됐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을 임시 노동력으로만 받아들일 뿐,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책임질 미래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합의를 미뤄왔다.

문제는 이 세 가지 현실이 하나의 구조적 함정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이다. 태어나는 사람은 줄고, 고학력 내국인의 직무는 AI가 잠식하며, AI가 대체하지 못한 현장 노동은 외국인의 몫이 되고 있다. 이 구조가 장기화된다면 결국 이 나라를 누가 운영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 앞에 우리 모두는 서게 될 것이다.

해법의 출발점은 공동체의 경계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가치와 제도를 공유하고 이 사회 안에서 함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라면 그 경계는 더 넓어져야 한다. 이는 관용의 차원이 아니라 국가 생존을 위한 거버넌스 재설계의 핵심 과제다.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 이미 우리 안에 있는 이들을 방치하는 제도적 지체를 극복해야 한다. 다문화 아동 중 언어 발달과 학습 격차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는 국가가 조기에 개입해야 한다. 산업 현장을 떠받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교육·의료·주거 등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이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를 외면하는 것은 인도적 문제이기 이전에, 미래 인적 자본을 스스로 갉아먹는 일이다. 둘째, 글로벌 고급 인재 유입에 국가 전략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캐나다·싱가포르·UAE는 연구자와 기술 인재에게 장기 비자와 시민권 취득 경로를 열어두고 인재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한국 역시 우수 외국인 인재가 일하고 정착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 셋째, 국경 안을 글로벌화해야 한다. 언어·교육·주거·문화 전반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통합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국가를 지탱하는 마지막 기반은 결국 사람이다.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미래 대한민국의 '국민'은 누구이며 어디까지인가. 이 질문은 더 이상 철학적 논쟁이 아니다. 머지않아 현실이 될 국가적 위기다. 그렇기에 '국민의 정의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야말로 넥스트 거버넌스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이영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학교수·前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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