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적 영역을 빠르게 대체하는 시대가 되었다.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AI가 인간을 고용해 일을 시키고 돈을 지급하는 '렌트어휴먼(rentahuman.ai)' 플랫폼까지 등장했다. 에이전트 AI와 로봇 기술이 결합하며 인간사회가 문명적 임계점을 향해 질주하는 지금, 선택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기계의 도구로 전락할 것인가, 주체적인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 필자는 그 해답을 AI와 대비되는 '인간성 지능(HI·Humanity Intelligence)'에서 찾고자 한다. 흔히 지능지수(IQ)로 설명되는 인간지능(Human Intelligence)과 달리 인간성 지능은 인문학적 통찰력과 감성적 공감, 인간다운 성품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앎(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공감의 '지혜로움'). 분석과 추론만 놓고 보면 인간은 이미 AI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계의 합리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 있다. 바로 냉철한 머리(Head)와 공감하는 가슴(Heart)의 결합이다. 데이터는 정답을 주지만, 가슴은 가치를 묻는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공감과 실패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의지는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있는 신성한 영역이다. 즉 찬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 균형을 이룰 때, 지식은 지혜로 발전하며, 세상을 이롭게 하는 진정한 '앎'이 생성될 수 있을 것이다.
함(디지털 무력감을 깨우는 '생명의 약동'). 디지털 도파민에 중독된 현대인은 정작 스스로 요리를 하거나 고장 난 전등 하나 제대로 바꾸지 못하는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손(Hand)의 역량은 단순한 기능이 아니다. 무엇인가를 직접 만들고 실천하는 기쁨, 즉 건강(Health)하게 살아있다는 생명력이다. 몸 전체 '생명의 약동'이 뒷받침될 때 우리 안의 원초적인 에너지가 깨어난다. 알고리즘이 시키는 대로 아무 생각없이 클릭하는 디지털 노예가 아니라, 직접 무엇인가를 만들고 땀 흘리는 '함'이야말로 인간다운 모습이라 할 것이다.

삶(내면적 성찰을 통한 '행복의 주권자'). 외적 화려함과 수치적 효율성을 쫓을수록 현대인의 내면은 더욱 황폐해질 것이다. AI 시대에 우리가 도달해야 할 최종 목적지는 영성(Spirituality)과 행복(Happiness)이다. 확증편향에 의해 굳어진 생각의 감옥에서 벗어나, 나만의 존재 이유를 묻는 내면적 성찰이 필요하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일상의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 즉 스스로 '행복의 주권자'임을 깨달아야 한다. AI가 간섭할 수 없는 인간 내면의 영성 세계,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삶'의 모습이다.
앎·함·삶이 하나 된 '주체적 전인'. AI가 우리 삶의 편리성을 더해주는 핵심적 도구라면, HI는 인간이 스스로 각자의 생애 진로를 찾도록 도와주는 인생의 나침반이다. 이제 우리 교육 현장은 알고리즘의 최적화보다 앎과 함과 삶이 하나로 어우러진 전인적 인간성 회복에 주목해야 한다. 즉 흩어진 인간성의 파편들을 모아 온전한 나를 세우는 평생학습 과정이 필요하다.
AI에게 고용 당하는 '렌트어휴먼'에 머물 것인가, 주체적인 '전인(Whole person)'으로 거듭날 것인가. 그것이 AI 시대에 우리가 다시 인간다움의 길을 묻는 이유라 할 수 있다.
한용진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
◆한용진 원장은 학령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에 따른 평생교육의 미래를 전망한다. 한 원장은 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와 교육사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부터 2024년까지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교육문제연구소 소장과 평생교육원 원장, 사범대학·교육대학원 학장 등을 역임했다. 교육 발전 공로로 2024년 교육부 옥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