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드기에게 물려 생긴 '고기 알레르기'… 호주 첫 사망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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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드기로 발병한 '알파갈 증후군' 알레르기 반응으로 세상을 떠난 호주 소년 제러미 웹. 사진=ABC 방송 캡처 / 미판위 웹

진드기에 물려 육류 알레르기가 생긴 호주의 한 10대 소년이 아나필락시스(중증 알레르기 반응)로 숨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에 따르면 지난 2022년 6월 당시 16세였던 제러미 웹은 센트럴 맥마스터스 해변에서 캠핑하던 중 갑자기 호흡곤란 증상을 보였다. 친구들이 곧장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했지만 제러미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병원에서 사망했다.

애초 제러미의 사망 원인은 천식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시 결과는 달랐다. 3년여 만에 밝혀진 진짜 사망 원인은 진드기에게 물려 생긴 육류 알레르기, 정확히는 알파갈 증후군이었다. 아나필락시스로 급성 천식이 발생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제러미는 유년 시절부터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센트럴 코스트 숲에서 캠핑을 자주 나갔다. 캠핑 중 진드기에 자주 물려 '알파갈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포유류 고기 알레르기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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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원산의 질병 매개 진드기 '외뿔진드기'. 사진=위키피디아 / CDC

알파갈 증후군은 특정 진드기에 물린 후 소, 돼지, 양 등 포유류고기(적색육)에 들어있는 당 성분인 '알파갈'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후천성 면역 질환이다. 캥거루, 돌고래, 기니피그와 같은 흔히 먹지 않는 육류나 유제품, 젤라틴 등에도 반응할 수 있다.

유가족 요청으로 진행된 검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상 면역학자 셰릴 반 누넨 교수는 “제러미의 사례는 호주 내 첫 번째, 세계적으로는 두 번째로 기록된 포유류 고기 알레르기 사망 사례”라며 “어린 시절 센트럴 코스트 수풀 지역에서 진드기에 반복적으로 물린 것이 원인이 되어 이 알레르기가 발병했다”고 설명했다.

반 누넨 교수는 진드기와 포유류 고기 알레르기 사이 연관성을 처음으로 밝혀낸 인물이다. 그는 “진드기에 두 번 이상 물리면 두 사람 중 한 명은 알파갈 알레르기 항체를 생성한다”며 “이 항체로 인해 고기를 섭취했을 때 알파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음식 알레르기와 달리 알파갈 증후군의 반응은 일반적으로 고기를 섭취 후 2~10시간 사이에 나타난다. 음식이 소화되고 알파갈이 방출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증상은 위장 증상부터 두드러기, 부기, 아나필락시스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제러미가 사망 당시 섭취한 소시지는 알파갈 증후군 질환자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검시관에 따르면 알파갈 성분은 내장에 더욱 밀집돼 있어, 곱창으로 감싼 소시지는 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제러미는 10세 무렵부터 적색육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유족은 이 시기에 이사한 뒤부터 진드기에 많이 물렸기 때문에 진드기가 원인일 것이라고 의심했으나 병원에서는 천식 발작으로만 진단했다.

당시에는 의료계에 보고된 육류 알레르기에 의한 사망 사례조차 없었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알파갈 증후군 사망 사례는 2024년 나왔다. 제러미가 숨진 이후다.

반 누넨 교수는 “당시 진단서를 보면 아나필락시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없다. 이는 놓친 기회다”라며 “증상이 갑자기 심하게 나타났고, 수 차례 에피네프린(아나필락시스 1차 치료제)이 투여됐으며, 에피네프린으로 인한 호전 효과가 확인됐지만 이를 놓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 누넨 교수는 “천식은 음식 알레르기 아나필락시스로 인한 사망 위험 요인 중 하나”라며 “음식 알레르기로 인한 사망의 85%가 천식으로 유발되는 아나필락시스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검시 재판을 강력히 촉구해 아들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혀낸 웹 부부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알레르기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제러미는 앞으로도 생명을 구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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