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일본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다. 일본이 미국에 약속한 5500억달러 규모 투자 중 첫 3개 프로젝트로, 모두 에너지·핵심광물 관련 공급망 투자다. 우리 정부와 국회에 '투자 합의 이행이 느리다'며 불만을 제기해온 미국의 압박도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일본이 미국에 약속한 투자 중 △텍사스주 심해 원유 수출시설 △오하이오주 대형 가스발전소 △조지아주 핵심광물 생산시설 프로젝트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총 360억달러 규모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도 “미일이 공급망을 구축해 유대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관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프로젝트”라며 통상 압박이 실물 투자로 이어졌다는 점을 과시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투자 집행이 지연된다'고 공개 불만을 제기한 뒤 나온 결과물이다. 일본 정부가 경제산업상을 워싱턴DC로 급파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투자 이행 방안을 논의한 지 며칠 만에 '1호 프로젝트'가 확정됐다. 미국의 대외 통상 전략이 '관세 압박 → 투자 이행 → 압박 완화'라는 구조로 고착화되는 셈이다.
이런 흐름은 우리도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리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자동차·목재·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재인상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우리 정부도 일본처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 고위급을 급파했었다. 외교부 장관까지 미국을 찾았으나, 관세 재인상 철회나 명확한 유예 조치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국회에서도 대미투자특별법의 신속 처리에 여야가 합의했지만 투자 재원 조달 방식과 기업 참여 구조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대미 통상 협상의 선례'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 통상 전문가는 “일본이 '1호 프로젝트'를 먼저 띄운 만큼, 한국도 투자 패키지의 속도와 실행력을 동시에 증명하지 않으면 관세 압박 국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과 한국의 산업 구조와 대미 투자 여건이 다르다는 점에서, 일본식 모델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게 정부 입장이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미국이 투자 이행 속도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 산업 구조와 기업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