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치매가 있어도 일상을 누릴 권리가 보장되도록 국가가 동행하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되고 있다. '장수(長壽)'가 축복인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치매라는 불청객에 대한 두려움도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발표된 치매역학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2025년 97만명에서 2050년에는 226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단순한 환자 수 증가가 아니다. 환자 본인의 고통은 물론, 가족의 돌봄 소진과 경제 활동 단절이라는 사회적 문제로 직결된다. 치매는 우리 가족과 이웃 그리고 나의 미래가 될 수 있는 현실이다.

흔히 치매를 '고칠 수 없는 불치병'으로 여겨 진단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미리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의학적 연구 결과들은 우리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치매 발병 전 '경도인지장애' 진단 시기에 적절한 개입과 관리가 이루어지면 치매로의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기 발견과 꾸준한 인지 강화 훈련이 뇌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국내외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2025년 기준 약 298만명에 달하는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치매를 넘어 건강한 노후를 유지하기 위한 첫 걸음이다.

이에 정부는 '치매가 있어도 일상을 누릴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비전으로 삼고, 지난 4차 계획의 성과를 토대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을 수립했다.

지난 계획들이 치매안심센터 설치 등 인프라 확충에 주력했다면, 이번 5차 계획은 그 인프라 위에서 국가가 치매 예방부터 돌봄, 친화환경, 연구지원, 정책기반까지 전 과정에 걸쳐 국민과 적극적으로 동행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따뜻하지만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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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관리종합계획 추진 전략

이번 종합계획은 세 가지 측면에서 기존 정책보다 한 층 더 촘촘해졌다.

첫째, '조기예방'과 '치료체계'의 강화다.

치매안심센터의 인지강화교실 운영을 주 1회에서 주 3회로 대폭 확대한다. 또 치매안심센터용 자가진단도구와 자가관리매뉴얼을 개발·보급해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도울 것이다. 아울러 지역사회 병·의원을 중심으로 한 치매관리주치의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해 동네에서도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둘째, 가족의 돌봄 부담 완화를 위한 국가 지원을 강화한다.

장기요양 인지지원등급자의 주야간보호시설 이용 한도를 늘려 실질적인 돌봄 여건을 개선하고 국공립 요양시설이 부족한 지역 중심으로 치매전담형 요양시설과 주야간보호기관을 확충할 계획이다. 특히 배회나 폭력성과 같은 행동심리증상(BPSD)으로 가정 내 돌봄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전문적인 집중 치료를 제공하는 '치매안심병원'을 꾸준히 늘릴 계획이다.

가족들이 겪는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치매안심센터 가족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돌봄 경험이 있는 가족에게는 그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맞춤 노인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보호자 맞춤 서비스를 새롭게 도입할 예정이다.

셋째, '치매환자의 권리 보장'이다.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환자가 경제적 피해를 보지 않도록 오는 4월부터 치매안심재산관리지원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치매안심재산관리지원서비스는 본인 또는 후견인의 의사로 국민연금공단에 재산관리를 맡기면 병원비나 생활비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관리해 주는 제도다.

시범사업 대상자는 치매환자, 경도인지장애진단자 등 재산관리에 위험이 있는 기초연금수급권자이며 경제적 학대 위험이 있는 경우에 우선 지원한다. 치매가 있어도 경제적 피해 걱정 없이 안전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든든한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시범사업 운영방안을 면밀히 설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치매환자의 의사결정을 대리하여 일상생활을 지원해주는 치매공공후견사업도 확대한다. 공공후견인은 가족의 부재로 병원 이용이나 복지 서비스에서 소외되었던 치매환자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고 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법적·사회적 울타리가 되어준다. 정부는 현재 200명대의 공공후견인 지원 규모를 2030년까지 1900명으로 확대해 도움의 손길을 넓혀갈 계획이다.

넷째, 치매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치매 친화적 환경'을 조성한다.

도시와 농어촌의 환경 차이를 고려해 획일적인 치매안심센터 운영모델을 검진형, 예방형, 서비스형 등으로 유형화하고 지역에 알맞는 지원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오는 3월 시행되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치매 서비스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치매환자가 촘촘한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치매안심센터와 통합돌봄 전담부서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 아울러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국가 차원의 치매 혁신연구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번 제5차 종합계획이 그리는 미래는 명확하다. 치매 진단이 곧 '삶의 끝'이나 '격리'를 의미하지 않는 사회다. 치매환자는 익숙한 내 집과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거주하고, 가족은 돌봄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며 일상을 영위하는 '치매안심 기본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치매정책 목표다.

정책은 정부가 만들지만 그 완성은 국민의 관심과 참여로 이루어진다. 조기 검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치매환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시선이 모일 때 이번 계획은 생명력을 얻을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국민 여러분의 든든한 동행자가 되어 '치매가 있어도 일상을 누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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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1965년 출생으로 전남여고와 서울대 의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보건학 석사, 예방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국립보건원 연구관 특채로 공직에 입문했다. 복지부 보건산업기술과장·응급의료과장,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관리과장·질병예방센터장·긴급상황센터장 등을 거쳤다. 2015년에는 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을 이끌었다. 2020년 질병관리청 초대 청장으로서 약 1년 반 동안 코로나19 방역을 진두지휘했다. 이후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임상교수로 활동한 후 이재명 정부 초대 복지부 장관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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