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을 위한 기술 인큐베이터 프로그램(TIPS)는 민간 선투자와 정부 매칭을 결합한 대표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 제도는 국내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고, 민간 투자 심사 역량을 활용해 고위험 고성장 기업을 선별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렇게 TIPS로 선별된 기업들이 정작 상장 단계에서는 별도의 제도적 가산점 없이 일반 기업과 같은 기준으로 심사를 받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TIPS는 이미 일차적인 '기술력 검증' 절차를 통과한 기업들이 모여 있는 풀이다. 민간 투자자들이 선행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했고, 정부 역시 공공자금을 투입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술성과 성장 잠재력에 대한 1차 신뢰 기반을 형성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들이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할 경우, 다시 평가기관 두 곳에서 별도로 기술평가를 받아야 하고, 상장예비심사 문턱도 일반 기업과 다르지 않다. 같은 검증을 반복하는 구조는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기업 성장 타이밍을 놓치게 만들 수 있다.
TIPS 기업은 평균적으로 고급기술 기반, 딥테크, 바이오, AI 등 고위험·장기회수 업종이 많다. 상장 심사 기준이 단기 매출·이익 중심으로 유지되는 한 이들 기업은 상장 자체를 포기하거나, 해외 상장 또는 인수합병(M&A)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최근 국내 유망 기술창업 기업들이 나스닥이나 동남아 거래소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국내 시장이 기술기반 스타트업에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거래소 상장 심사 기준이 여전히 재무적 안정성과 기존 매출 기반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기술특례상장을 도입한 취지는 비재무적 평가 요소를 강화하겠다는 것이지만, 실제 제도 운영은 점점 보수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기술평가기관 평가도 표준화되지 않아 신뢰성이 흔들리고, 상장주관사 책임은 과도하게 제한된다. 이 모든 요소가 TIPS 출신 기업 상장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제도적으로 TIPS 기업에 대한 상장 연계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기술평가 단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TIPS 졸업 기업에 기술평가 일부 면제 또는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이 있다. 또 TIPS 운영사와 거래소 간 프리 IPO 사전검토 공동 트랙을 도입해, 상장 가능성에 대한 조기 진단 및 피드백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러한 사전적 검토와 연계는 불필요한 반복평가를 줄이고, 유망기업이 상장으로 가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TIPS는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육성한 혁신 창업 생태계 결실이다. 그 출구 전략인 IPO에 연계되지 않는다면, 정부 재정 효과성도 의심받게 된다. 더 나아가 민간 선투자 유인도 약해진다. 따라서 TIPS 출신 기업 상장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가산점과 연계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것은 단지 몇몇 기업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 투자 선순환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제도적 보완은 단순히 상장 유인을 넘어서, 기술 중심 스타트업이 자본시장에서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신뢰 기반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현재 상장 심사는 여전히 제조업·유통업 중심 재무구조에 익숙한 잣대를 활용하고 있어, 플랫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바이오, AI 등 신산업군 스타트업 성장성과 시장성을 정량화하기 어렵다. 이는 곧 '적자가 곧 미덕'인 성장형 기업에는 부정적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는 기술특례상장의 실질적 운영 기준을 시대 변화에 맞춰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투자 유치-성장-회수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작동하려면, IPO가 실리콘밸리식 성장 전략을 따르는 국내 스타트업에도 현실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책, 제도, 심사 기준 모두가 민간과 창업 현장의 변화 속도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