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와 부적절한 친분”…유럽 왕실도 '엡스타인 파일'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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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테마리트 노르웨이 왕세자빈. 사진=AFP, 연합

유럽 왕실이 미국의 희대의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부적절한 친분을 이어온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유럽 왕실 가운데 가장 큰 논란에 휩싸인 곳은 노르웨이다. 왕위 계승 1순위인 호콘 왕세자의 아내 메테마리트 왕세자빈(52)이 엡스타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법무부가 추가 공개한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에는 메테마리트 왕세자빈의 이름이 최소 1천 차례 이상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한 지인 수준을 넘어선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왕세자빈은 즉각 “판단력이 부족했으며 엡스타인과 접촉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고 사과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도 2일 취재진에게 “판단력이 부족했다는 왕세자빈의 말에 동의한다”고 밝혀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현지 여론은 냉담하다. 노르웨이 최대 일간지는 정치 에디터 논설을 통해 “이번 논란 이후 메테마리트가 과연 왕비가 될 수 있을까”라고 지적하며 왕실 책임론을 제기했다.

벨기에 왕실도 파문을 피하지 못했다. 필리프 벨기에 국왕의 남동생인 로랑 왕자(62)는 생전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었음을 2일 인정했다. 그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엡스타인과 두 차례 '일대일' 만남을 가졌다고 밝혔으나, 공개 행사나 단체 모임에서의 교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영국 왕실의 경우 엡스타인 관련 논란이 이미 큰 파장을 낳았다. 지난해 10월 앤드루 전 왕자(65)는 성추문과 관련해 왕실 지위를 박탈당했으며, 그의 전처 세라 퍼거슨(66)과 일부 고위 정치인들도 연루 의혹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영국 왕실은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엡스타인 스캔들은 왕실을 넘어 유럽 정관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슬로바키아의 미로슬라우 라이차크 국가안보 고문은 엡스타인과 부적절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 2일 사임했다. 영국에서는 피터 맨덜슨 전 산업장관이 정부 내부 문건을 엡스타인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으로 총리실 차원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왕실과 정관계를 가리지 않고 드러나는 엡스타인 인맥은 유럽 사회 전반의 도덕성과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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