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전 '전구질환' 관리, 다발골수종 사망 위험 47%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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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박성수, 민창기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교수, 가톨릭대학교 약리학교실 한승훈, 최수인 교수.

난치성 혈액암인 다발골수종이 발병하기 전 단계인 '전구질환'을 미리 발견해 관리할 경우, 증상이 나타난 뒤 암을 진단받은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한 조기 발견 효과를 넘어, 전구단계부터 시작된 체계적인 대응이 실제 생존 기간을 늘리는 핵심 변수임이 대규모 빅데이터 분석으로 입증됐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박성수·민창기 교수와 가톨릭대학 약리학교실 한승훈·최수인 교수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22년까지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발골수종 환자 2만3000여명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병원 카르티크 라마사미 교수팀과의 협력을 통해 객관성을 높였다. 연구팀은 환자군을 세 집단으로 분류해 생존 추이를 추적했다.

세부 분석 결과는 △단클론감마글로불린혈증(MGUS) 단계를 거쳐 진행된 환자군은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 약 7.9년 △무증상 다발골수종 단계를 거친 환자군은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 약 5.5년 △전구질환 인지 없이 바로 다발골수종으로 진단된 환자군은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 약 4.4년으로 집계됐다.

특히 연구팀은 '더 일찍 진단해서 오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 효과(lead-time bias)를 보정하기 위해, 모든 환자가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한 시점부터 추적을 시작했다.

이 조건에서도 MGUS 단계부터 병을 관리해온 환자의 사망 위험은 증상이 나타난 후 진단된 환자보다 약 47%나 낮았다.

다발골수종은 골수 내 악성 형질세포가 증식해 뼈 통증, 신부전, 빈혈 등을 일으키는 혈액암이다.

암 전 단계인 MGUS는 당장 증상은 없으나 매년 약 1% 확률로 악성 종양으로 진행된다.

그간 학계에서는 “어차피 증상이 생긴 뒤 치료를 시작하는데, 전구질환을 미리 아는 것이 실질적 이득이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이어져 왔다.

민창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구 상태부터 체계적으로 추적 관찰을 한 환자들이 실제로 더 오래 산다는 점을 전국 단위 자료로 확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수 교수는 “전구단계부터 정기 검사와 합병증 예방 교육을 받은 환자들은 신체 상태가 안정적일 때부터 치료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 더 안전하게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전 국민 대상의 무분별한 선별검사보다는 고위험군 중심 전략적 관리를 권고했다.

MGUS가 모두 암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만큼, 환자의 연령과 동반 질환을 고려한 맞춤형 추적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블러드 캔서 저널에 게재됐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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