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IT2/ROBO4 신호축, 산화스트레스와 염증 조절
24시간 지나도 효과 유지…NAC 한계 보완 치료 제시

국내 연구진이 약물 유발 간손상에서 치료 시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간 보호 기전과 치료 전략을 규명했다.
아주대병원은 박태준 노화중개연구센터 교수팀이 약물과 독성 물질로 유발되는 급성·아급성 간손상에서 슬릿 유도 단백질2/로보 수용체4(SLIT2/ROBO4) 신호축이 간세포를 보호하는 핵심 기전임을 밝혀내고, 기존 치료의 시간적 제약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연구는 최용원 종양혈액내과 교수와 김영화·최재호 인플라메이징 연구센터 교수 등이 공동 참여해 수행됐다. 약물 유발 간손상은 급성 간염의 약 10%, 급성 간부전의 최대 50%를 차지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원인 약물 중단과 항산화제인 N-아세틸시스테인(NAC) 투여 외에 뚜렷한 치료 대안이 제한적인 실정이다. 특히 NAC는 간손상 발생 후 12시간이 지나면 치료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아세트아미노펜(APAP), 티오아세트아미드(TAA), 담관결찰(BDL) 등 다양한 간손상 동물모델과 독성 간질환 환자 혈청 분석을 통해 SLIT2 단백질의 역할을 분석했다. 그 결과 SLIT2는 간세포에서 ROBO4 수용체와 결합해 핵인자 카파 베타(NF-κB) 신호를 억제하고, 독성 대사 과정에 관여하는 시토크롬 P450 2E1(CYP2E1) 발현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산화스트레스(ROS)와 염증 반응이 동시에 줄어들며 간세포 손상이 완화되는 보호 기전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또 SLIT2의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ROBO4 결합 부위를 기반으로 한 SLIT2 유래 펩타이드(SP5)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SP5는 염증 억제와 간세포 괴사 감소 효과를 통해 전체 SLIT2 단백질과 유사한 수준의 간 보호 효과를 보였다.
특히 SLIT2 단백질과 SP5 펩타이드는 모두 간손상 발생 24시간 이후에 투여하더라도 치료 효과를 상당 부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NAC 치료가 효과를 보이지 못하는 시점 이후에도 간손상을 완화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임상에서 흔히 발생하는 아세트아미노펜 독성 간손상 치료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박태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독성 간손상에서 SLIT2/ROBO4 신호축이 산화스트레스와 염증을 동시에 조절하는 핵심 보호 기전임을 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간손상 이후에도 치료 효과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임상 현장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ROBO4 특이적 펩타이드 전략은 기존 단백질 치료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접근으로, 향후 다양한 염증성 간질환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독성 간손상에서 SLIT2의 보호 기전과 치료 표적 가능성(SLIT2 as a Key Regulator and Therapeutic Target in Liver Injury)'이라는 제목으로 국제학술지 Molecular Therapy(IF=12)에 2026년 1월 온라인판으로 게재됐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