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32〉허위보고와 보고누락이 조직을 무너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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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허위 보고, 축소·왜곡 보고, 그리고 보고 누락. 이 세 가지는 의사결정자가 정확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치명적인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안의 경중을 떠나 잘못된 정보는 판단의 출발점 자체를 흔들어 놓는다. 오죽했으면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를 직접 언급하며 사회적 화제가 되었을 정도다. 이는 단순한 실무상의 실수가 아니라, 조직 운영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구조적 문제이고 조직이나 나라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는 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일까. 또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 문제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조직의 규모나 성격과 무관하게, 위계적 보고 체계와 성과 중심 문화가 존재하는 곳이라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다.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윤리경영, 청렴경영, 반부패 정책 등이 강조돼 왔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이러한 제도들은 종종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다. 윤리헌장을 제정하고 서약서를 작성하며, 교육을 실시하는 데까지는 이르렀지만, 정작 허위 보고나 보고 누락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장치로 기능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윤리경영이 도입된 지도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근본적인 원인은 윤리 문제를 개인의 양심에만 맡겨두었다는 데 있다. 허위 보고와 보고 누락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구조적이고 시스템적인 문제다. 단순히 “정직하자”는 선언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헌장 선포나 캠페인만으로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 단계, 즉 실천 가능한 제도 설계다.

구체적으로는 허위 보고나 보고 누락이 발생했을 경우 책임을 명확히 묻는 체계가 필요하다. 동시에 정확하고 불리한 정보까지 포함해 성실하게 보고한 경우에는 보호와 포상이 뒤따라야 한다. 불이익을 감수하고 사실을 보고한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본다면, 어느 조직에서도 정직한 보고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없다. 따라서 내부 고충 처리, 불이익 방지 장치, 사후 보상 제도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더 나아가 문제의 원인을 세분화해 볼 필요도 있다. 이 문제가 실무자의 판단에서 비롯된 것인지, 중간관리자의 왜곡에서 발생한 것인지, 혹은 최고경영자의 성향과 조직 분위기 때문에 생긴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중간 보고자가 개인이나 지인의 이해관계 때문에 내용을 축소하거나, 업무 태만 또는 책임 회피를 위해 보고를 누락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처음 보고한 내용과 실제 상황이 달라졌음을 인정하기 싫어 왜곡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원인에 따라 맞춤형 해법이 필요하다. 아울러 관리자가 상급자의 정당한 지시사항을 고의 또는 중과실로 실무자에게 전달하지 않거나 그 취지를 변경 축소 왜곡해 전달한 경우 허위보고와 동일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것도 필요하다.

모든 문제에 만능 해법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병이 깊고, 때로는 모르는 것이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최고 책임자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경영자가 사실 보고를 거부하지 않고, 불편한 진실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실무자나 중간관리자가 허위 보고나 보고 누락을 할 이유는 크게 줄어든다.

결국 정직한 보고 문화는 개인의 미덕이 아니라 조직의 설계 문제다. 선언이 아니라 제도, 구호가 아니라 실행이 필요하다. 이를 꾸준히 정착시키는 지혜야말로 오늘날 조직 운영에 가장 절실한 과제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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