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회에서 수학 격차를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는 '지역'이다. 강남과 비강남,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프레임은 수학 격차를 설명할 때 익숙한 담론이다. 어느 지역에서 공부하느냐가 수학 성적과 직결된다는 통념은 학생, 학부모, 교사 사이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수능 성적과 상위권 비율을 보면 지역별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지역 간 평균 성적만으로 수학 격차를 설명하는 방식은 중요한 본질을 가려왔다. 평균 점수 이외의 상·하위 구간에 분포한 학생 수와 지역 내 격차는 보여주지 못했다. 수학 격차를 평균이 아닌 분포와 구조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이번 기획은 지역 간 학습 배경을 묻는 논의를 넘어, 현재 전국 교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학 격차를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됐다. 에듀플러스는 프리윌린의 최근 2년간 전국 단위 초·중·고 수학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 학생의 수학 학습 구조를 진단했다. 연세대 데이터사이언스 학회(Data Science Lab·DSL)가 분석에 참여했다.
◇수학 성취도 상위 소수, '하위 쏠림' 구조 뚜렷
실제 초·중·고 학생들의 수학 성취 분포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 학생이 중·하위 구간에 몰려 있고 상위권은 소수에 그치는 '하위 쏠림' 구조가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대다수 학생의 수학 성취 구조가 비슷한 수준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에 따라 연세대 DSL은 한국 학생들의 수학 성취가 얼마나 특정 집단에 쏠려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지표로 '지니계수(Gini coefficient)'를 활용했다. 지니계수는 소득 불평등을 측정하는 데 주로 사용되지만, 성취 분포의 불균형 정도를 파악할 때도 유용한 지표다. 값이 클수록 성취도의 불균형이 심화한다는 것이고, 작을수록 성취도가 비교적 고르게 분포돼 있음을 의미한다.
전국 17개 시도별 지니계수를 살펴보면, △강원 0.3921 △경기 0.3635 △경남 0.3661 △경북 0.3707 △광주 0.3548 △대구 0.3638 △대전 0.3613 △부산 0.3548 △서울 0.3618 △세종0.3604 △울산 0.3522 △인천 0.3596 △전남 0.3716 △전북 0.3643 △제주 0.3610 △충남0.3678 △충북 0.3778이었다. 지역 평균 지니계수는 0.3649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지역 간 지니계수 차가 매우 작다는 점이다. 지역별 지니계수를 놓고 보면, 특정 지역이 두드러지게 높거나 낮은 곳은 없었다. 대도시와 소도시, 농어촌 지역 등을 가르는 경향도 보이지 않았다.
◇수포자, 일부 지역 아닌 전국적 구조 문제
일반적으로 지니계수 0.35는 '경계선'을 의미한다. 0.35 이상이면, 성취가 특정 집단에 집중된 불균형 상태를 의미한다. 이번 분석에서 전국 지역의 수학 성취 지니계수가 0.35를 웃돌았다는 것은, 수학 격차가 일부 지역 문제가 아니라 전국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을 뜻한다. '수포자'(수학 포기자) 발생이 대한민국 교실 전체가 겪고 있는 구조의 문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해당 결과가 지역 간 성취 차이가 없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분석 역시 그 차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니계수로 확인했을 때 수학 평균 점수와 관계없이 각 지역 내부에서 성취가 특정 집단에 집중되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수학 격차의 핵심이 지역 내부 격차에 있다는 것이다.
한연주 연세대 DSL 팀장은 “이번 분석은 지역별 성취도 평균이 아니라, 성취의 분포를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지역별 성적 차이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불균형이라는 척도로 봤을 때 지역 간 수준이 비슷하게 나타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 선행학습 '집중'
연구팀은 선행학습과 수학 성취도의 관계도 분석했다. 선행학습은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가장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 1·2학년은 선행학습률이 다른 학년보다 앞섰다. 선행학습률이 높은 학교급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순으로 조사됐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선행학습률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이 가장 높았다. 서울 내에서는 관악구와 강남구 학생들의 선행학습률이 1·2위를 기록했다. 이어 울산, 세종, 대구, 제주, 대전 등이 선행학습률이 높은 지역으로 꼽혔다.
선행학습 깊이 또한 초등학교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학년보다 평균 1년 이상 앞선 수학 학습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간 선행학습 깊이 차이 또한 초등학교 단계가 컸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선행학습 격차는 점차 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중학교 이후 선행학습 깊이는 전반적으로 낮아졌고, 고등학교 수학 지니계수는 전국 평균이 0.3대 후반대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는 초등학교 시절의 사교육 선행이 실제 고등 수학의 성취를 담보하지 못하며, 결국 전국의 대다수 학생이 입시 수학이라는 벽 앞에서 비슷하게 무너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학 격차 해법, 지역 비교로는 한계
교육 전문가들은 수학 격차를 단순히 지역 차이로 한정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실제로 같은 지역과 학교 안에서도 학생들이 경험하는 수학 학습의 경로는 제각각이다. 특정 단원의 이해 여부, 학습 전환기의 누적 격차, 반복 학습과 도전 경험 차이 등은 지역구분만으로는 파악되기 어렵다. 지역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할수록 수학 학습 구조에 관한 논의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권기성 프리윌린 대표는 “지역이 달라도 비슷한 불균형 구조가 반복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던져온 질문이 문제의 원인보다는 결과를 관찰하고 있었다는 뜻”이라며 “이 같은 의미에서 수학 격차는 강남과 지방의 격차라기보다 전환기 격차 혹은 회복 가능성 격차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DSL은 “수학 격차를 지역 간 평균 성적으로 단순 비교하는 방식은 교육 불균형의 실체를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다”면서 “수학 격차에 대한 보다 정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