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게임산업 화두는 '인공지능(AI) 도입 여부'를 넘어 게임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느냐로 발전할 전망이다. 단순 개발 보조를 넘어 게임 세계 안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반응하는 '플레이하는 AI'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게임 경험의 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양상이다.
대표 사례로 꼽히는 넥슨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글로벌 흥행작 '아크 레이더스'는 게임 내 적대 존재인 '아크'가 이용자의 전투 패턴과 동선을 학습해 대응 방식을 바꾸는 구조를 채택했다. 반복 공략이 통하지 않는 설계로, AI가 게임 난이도와 긴장감을 실시간으로 조율하는 방식이다.
크래프톤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AI NPC를 한 단계 진화시킨 CPC(Co-Playable Character)를 선보일 예정이다. 신작 '인조이'에서는 NPC가 단순한 배경 요소가 아니라 감정과 행동을 기반으로 세계관에 반응하는 존재로 구현된다. 배틀그라운드에서도 CPC가 동료 플레이어 구실을 하며 전술적 판단을 공유하는 형태로 확장될 계획이다. 게임 속 AI가 '도구'가 아닌 '동반자'로 진화하는 셈이다.
AI의 영향은 콘텐츠 표현을 넘어 서비스·운영 영역에서도 뚜렷하다. 데브시스터즈는 신규 TCG '쿠키런: 브레이버스'에 AI를 접목해 매칭, 인터페이스, 운영 자동화를 강화했다. 반복적인 운영 판단을 AI가 담당하면서 라이브 서비스의 안정성과 대응 속도를 동시에 높이는 구조다.
AI는 게임 기획 단계에서도 이야기와 임무 초안을 작성하고 이미지·영상·3D 아바타 생성으로 초기 개발 비용을 줄인다. 음성과 코딩 영역에서는 다국어 음성 합성과 코드 자동 완성, 데이터 분석 자동화가 일반화되고 있다. 제작부터 서비스까지 전 주기에 AI가 관여하는 구조가 본격화된다.
2026년 게임산업 경쟁력은 누가 더 많은 AI를 쓰느냐가 아니라, AI를 게임 세계 안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여내느냐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 경험을 실시간으로 변화시키는 AI, 운영과 서비스를 자동으로 진화시키는 AI가 게임 산업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