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위 떨어질 뻔한 아이 잡아주다가”… 납치범으로 몰린 美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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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국 조지아주의 한 마트에서 아동 납치 미수로 경찰에 신고된 사건. 당시 CCTV 영상. 사진=CNN 캡처

미국에 거주하는 한 50대 남성이 장애인 무릎 위에 앉은 아이가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다가 억울하게 납치 미수범이 된 사연이 전해졌다.

2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마헨드라 “믹” 파텔(57)은 지난 3월 상비약을 사기 위해 조지아주 애틀랜다 북서부의 한 대형마트를 방문했다.

당시 파텔은 전동카트를 타고 있는 여성 고객에게 약이 어디 있는지 묻기 위해 다가갔다. 여성은 무릎과 카트 아래에 각각 아이를 태우고 있는 상태였는데 대화를 나누다 진열대와 스치면서 무릎 위 아이가 떨어질 뻔했다. 그걸 본 파텔은 아이를 잡아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이후 파텔은 약을 찾아 계산한 뒤 10분도 되지 않아 가게를 나섰다. 큰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일을 잊고 있었는데, 3일 후 그는 갑자기 고속도로변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아동 납치 미수'다. 마트에서 만난 여성이 그를 납치 미수 혐의로 신고한 것이다. 여기에 단순 폭행 및 단순 상해 혐의까지 적용됐다. 파텔은 “경찰관들은 '당신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말한 게 전부였다. 그리고 나를 감옥으로 데려갔다”고 회상했다.

결국 파텔은 보석 없이 47일 동안 구금됐다. 당시 아내는 출장 중이며, 성인이 된 두 명의 딸은 다른 주에서 거주하고 있어 파텔이 체포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자택에 있던 어머니는 영어를 못했기 때문에 그 역시 체포 사실을 몰랐다.

파텔은 지난 2013년 컴퓨터 프로젝트 입찰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 한 혐의로 6개월 간 복역한 전과가 있다. 그는 “그 사건은 나를 완전히 정신차리게 한 경험”이었다며 이후 큰 성공을 쫓는 대신 사업을 천천히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하루 아침에 납치 미수범이 된 파텔은 감옥에서 다른 수감자들로부터 끊임없는 협박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일부 수감자들은 샤워실에서 나를 때리겠다고 위협했고, 일부는 보호해줄테니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남아시아계 커뮤니티는 그를 공개적으로 질타했고, 운영하던 부동산 사업은 접어야 했다. 자원봉사하던 이사회에서도 박탈돼 완전히 설 곳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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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국 조지아주의 한 마트에서 아동 납치 미수로 경찰에 신고된 사건. 당시 CCTV 영상. 사진=CNN 캡처

그가 혐의를 벗은 것은 구금 약 2개월 만이다. 마트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당시 파텔과 여성이 대화하는 모습이 일부 녹화된 것이다.

영상에는 진열대에 가려 정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파텔의 주장대로 그가 아이로 추정되는 형체를 들고 여성의 무릎에 앉히는 모습이 촬영됐다. 몸싸움은 없었으며, 여성이 어딘가를 가리키자 파텔은 그 곳을 향해 걸어갔다.

CCTV 영상이 공개되자 파텔에 대한 여론은 완전히 뒤집혔다. 보석조차 허용되지 않았지만 영상 공개 이후 보석이 허용돼 1만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9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의 무죄를 주장하는 탄원서레를 제출하기도 했다.

결국 석방 3개월 만에 검찰이 기소 취하를 요청하는 동의서를 제출하면서 파텔의 법적 공방은 막을 내리게 됐다.

파텔은 “만약 그 마트에 CCTV가 없었다면 증거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가늠이 안 된다. 내 인생은 어떻게 됐겠느냐”며 “납치 미수죄는 종신형이나 25년형에 처해질 수 있는데, 제 아이들과 아내는 다시는 저를 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파텔은 결국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9월 시에 보낸 소송 예고 통지서에 따르면 명예훼손, 비방, 과실, 불법감금,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시를 상대로 2500만달러(약 36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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