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분한 전력 확보와 전력구매제도 개편 없이는 우리나라 인공지능(AI) 3대강국 도약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개최한 AI 제정법 입법 공청회에서 나온 학계·연구기관 전문가 의견이다. 국내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게 핵심이다.
국내 PPA는 한국전력 중심 단일 구매 구조다. 발전 사업자는 전력거래소를 통해서만 판매할 수 있고 AI 데이터센터(AIDC) 사업자는 한전으로부터만 전력을 구매할 수 있다. AI기업이 인근 발전소와 직접 거래할 자유가 없고 신속 대응·비용 효율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가 자리 잡게 된 이유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비수도권 공급과잉 지역에서 송·배전망 증설이 최소화되면 AIDC와 인근 발전기 간 직접 전력거래를 허용해야 한다”며 “AIDC는 속도가 생명이므로 신속한 전력계통 영향평가와 직접전력거래 등 특례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순구 연세대 교수는 “송전망 확충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구 기업이 인근 발전소와 전력을 직접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AIDC와 지역 발전소 간 직접전력거래는 미국·유럽·일본 등 자체 AI 개발 국가 대부분이 채택한 전력문제 해소법”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선도국은 AIDC를 중심으로 국가 차원 '전력 확보 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2030년까지 원전 50기분에 달하는 50GW 규모 AI용 전력공급 계획을 세웠다. 유럽연합(EU)은 장기 PPA를 확대하며 재생에너지와 AI산업을 함께 키우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AI 발전을 위한 전력 특례 제도는 논의 단계다. 지난 5일 방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면담에서 “한국은 AI 잠재력이 큰데 에너지가 결정적 약점”이라고 평가한 것처럼 향후 전력이 AI산업 발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에 직접 전력거래 특례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성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소장은 “AIDC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2030년까지 10~12%로 고성장이 예상된다”며 “PPA 제도 완화와 기능별 제도 정비로 사업자 전력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I 전력 수요에 대한 국가 단위 예측과 전력수급계획 반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는 “AI 구동에 필수적인 인프라 확보를 위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급증하는 AI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에너지 인프라 확보를 국가 우선순위 정책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