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0도에 여친 버려둔 채 하산... 웹캠에 고스란히 찍혔다

오스트리아 전문 산악인, 경찰에 체포

Photo Image
1월 18일 자정 오스트리아 그로스글로크너산 정상 인근에 보이는 A씨와 B씨의 헤드라이트. 사진=포토웹캠/호이트 캡처

오스트리아의 한 전문 산악인이 탈진한 여자친구를 산 정상에 두고 홀로 하산해 검찰에 기소됐다.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날씨에 방치된 여성은 결국 목숨을 잃었다.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일간지 호이트 등에 따르면 현지 검찰은 지난 1월 함께 등산에 나섰던 여자친구를 방치해 숨지게 만든 39세 남성 A씨를 중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사건은 지난 1월 18일 발생했다. 전문 산악인인 A씨는 당시 여자친구 B(33)씨와 함께 오스트리아 최고봉인 그로스글로크너산(3798m) 등산에 나섰다.

정상을 50m정도 남겨둔 시점, 이날 오후 8시 50분쯤 B씨는 영하로 떨어진 기온과 체력 등 문제로 더 이상 등반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

Photo Image
1월 19일 새벽 오스트리아 그로스글로크너산에서 홀로 하산하고 있는 A씨. 사진=포토웹캠/호이트 캡처

그러나 남자친구인 A씨는 구조대에 전화하거나 여자친구에게 담요를 덮어주기는커녕 이튿날 새벽 2시쯤 홀로 하산했다.

당시 산 정상의 기온은 영하 8도. 시속 74km에 달하는 강풍이 몰아치면서 체감 온도는 영하 20도로 뚝 떨어지게 됐다. 결국 체력을 모두 소진한 채로 담요 한 장 없이 영하의 날씨에 방치된 B씨는 이튿날 오전 10시께 동사한 상태로 발견됐다.

A씨가 산악 구조대에 조난 신고를 넣은 것은 오전 3시 30분쯤이다. 짧은 신고만 넣은 후 다시 휴대전화를 꺼버렸다.

그가 신고 전화를 하기 전, 구조의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이날 밤 10시 50분에는 구조 헬기가 인근으로 지나갔으며, 웹캠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던 알프스 경찰이 A씨에게 밤 12시 35분에 수 차례 연락을 시도하기도 했다. A씨는 해당 연락조차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해놨다”며 뒤늦게 받았다.

또한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주도한 등반 계획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통상적인 시간보다 2시간 늦게 등산을 시작했으며, 비상상황에 따른 비상 야영 장비를 갖추지 않았으며, 여자친구에게 혼합 지형의 고산 등반에는 적합하지 않은 스플릿보드 사용을 허용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여자친구와 달리 이미 고산 투어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일정을 계획했기 때문에 이번 등산의 '책임 있는 가이드'로 간주해야 한다”며 “A씨는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등반을 계속했으며, 구조 요청 또한 늦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A씨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으며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재판은 내년 2월 19일 인스브루크 지방 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