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디지털 전환(AX)'이 대학 혁신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기술 교육을 넘어, AI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 대학'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최근 광운대는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사람 중심의 AX'를 선언하며 독자적인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7월 취임한 윤도영 총장을 만나 광운대가 그리는 AI 시대 비전과 전략을 들어봤다. 윤 총장은 AI·반도체·로봇 등 첨단 분야의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역 문제 해결과 평생교육 체제 혁신을 아우르는 새로운 대학 생태계를 제시했다.
대담=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총장 취임 이후 '광운형 AX 대학' 토대를 다지기 위한 여러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임기 중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핵심 과제와 반드시 이루고 싶은 변화는.
▲정부가 AX 시대를 선언했다. 이제 대학도 기술을 가르치는 곳을 넘어, AI 혁신을 설계하고 실현하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 취임 이후 광운대가 이 변화의 흐름을 선도할 수 있도록 광운형 AX 대학의 토대를 마련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우선 '광운 AI/AX 미래전략위원회'를 총장 직속기구로 신설했다. AI·DX융합 분야의 교육·연구 역량을 결집하고, 대형 국책 연구개발사업과 인재양성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총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대학원장 및 교내외 AI/AX 전문가들이 위원들로 참여한다.
또한 전 학과 및 단과대학이 긴밀히 협력하는 융합 교육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반도체, 로봇, 인문·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과 연구가 서로 연결되고, 각 전공이 자체적으로 AX 모듈을 설계해 AI가 학문 간 공통 언어로 작동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쉽게 말해, '공대는 기술, 인문은 사람'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모든 학생이 AI를 통해 문제를 정의하고, 스스로 해법을 찾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융합형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나갈 것이다.
-광운형 AX 생태계는 어떤 모습인가.
▲이제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AI 혁신의 실험실이자 플랫폼으로 변해야 한다. 산업과 지역 문제를 AI로 해결하는 프로젝트 중심 대학으로 나아가야 한다.
광운대는 이러한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인공지능융합대학, 반도체특성화대학 사업단, HUSS,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등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AX 축을 대학 안에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AI와 인문학, 반도체와 복지, 로봇과 교육을 융합해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AX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AX 혁신은 AI로 인간의 삶을 혁신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대학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기관, 즉 기술 위에 품격을 세우는 공간이 돼야 한다.
광운대는 바로 그 철학을 실천하는 대학이다. 결국 광운형 AX는 기술이 아닌 사람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혁신이다. AI를 통해 인간의 품격을 높이고 사회에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것, 이것이 광운대가 그리는 AX 방향이다.
-광운대 설립자인 조광운 박사는 “과학기술에는 반드시 인간다운 품격이 깃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인간다운 품격을 갖춘 AI 인재'는 어떤 모습인가.
▲설립 철학은 9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AI 시대 일수록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다.
품격 있는 AI 인재는 기술적 통찰과 인문적 감수성을 함께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AI를 잘 다루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기술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사회와 윤리의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고민할 줄 아는 인재여야 한다.


-AI 시대, 대학이 갖춰야 할 핵심 경쟁력은 무엇인가.
▲대학 경쟁력은 AI를 통해 사람을 성장시킬 수 있는 힘, 바로 거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대학은 'AI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AI로 배우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대학이 AI 핵심 기술을 지식으로만 배우는 기존의 교육 방식에 부가해, AI를 인간의 지성과 감성으로 통합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대학이 지식을 고등교육으로서 전달한다면, 그 지식에 의미와 방향을 부여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결국 대학 경쟁력은 단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성장시키는 능력에서 비롯돼야 할 것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광운대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모두 거친 '풀코스 인재'로 상징된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교육적 메시지는.
▲배경훈 부총리는 광운대가 지향하는 교육 철학이 한 사람 안에서 완성된 대표적인 사례다. 학사부터 석사, 박사까지 모든 과정을 광운대에서 마친 광운의 풀코스 인재로, 대학에서 배운 기술과 철학을 산업 현장과 국가 정책으로 확장해 낸 인물이다.
그의 여정은 광운대 교육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졸업생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입학에서 정규교육, 연구, 취·창업, 연구, 정책 리더십까지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다. 배 부총리는 그 사다리를 치열하게 올라 지식이 산업을 만나고, 기술이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광운대는 앞으로도 이러한 풀코스 인재를 꾸준히 길러낼 것이다. AI·반도체·로봇·데이터 등 첨단 분야에서 산업을 이해하고 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 즉 기술과 통찰을 함께 갖춘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 광운형 AX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다.
-스탠퍼드대가 발표한 '세계 상위 2% 과학자' 명단에 광운대 다수의 교수가 선정됐다. 또한 라이덴랭킹에서도 국내 6위를 차지했다. 연구 인프라와 문화 측면에서 어떤 시스템이 이 같은 성과를 가능하게 했나.
▲세계 상위 2% 과학자 명단에 광운대 교수 12명(2023년 기준)이 선정됐으며, 2025년에는 18명으로 확대됐다. 이는 연구자의 높은 논문 인용도와 영향력을 객관적으로 입증한 성과로, 학교 차원에서 축적된 연구지원 시스템이 뒷받침된 결과다.
또한 최근 '2023-2024 논문 데이터 분석'에서 광운대는 전체 논문 1049편 중 인용 상위 10% 논문이 99편으로 집계돼 국내 대학 중 6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광운대는 양적 성과뿐 아니라 질적 수준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연구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교수 주도의 연구 중심 문화를 바탕으로, 학문적 깊이와 연구 성과의 질적 향상을 추구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로봇·AI·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서는 교수들이 연구 책임자로서 프로젝트를 기획·수행하고, 학생들은 실험과 실습, 데이터 분석 등 일부 과정에 참여하며 연구 경험을 쌓는 교육연계형 연구 환경이 구축돼 있다.
우리대학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교수진이 구축돼 있다. 예를 들면 전력반도체의 핵심분야인 SiC 재료분야의 구상모 전자재료공학과 교수, 대수학 분야의 수론연구 분야의 김태균 수학과 교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연구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채주형 전자통신공학과 교수가 전기·전자공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우수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대한전자공학회 '해동젊은공학인상'을 수상했다. 채 교수의 수상 또한 광운대가 꾸준히 강화해 온 연구 역량과 젊은 연구자 육성 체계가 결실을 맺은 결과다.
-산업계와 협력해 반도체·AI 인재를 양성하는 과정에서, 산업 수요 대응과 대학의 자율적 교육 철학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잡고 있나.
▲대학이 산업계와 협력하는 건 시대의 요구다. 하지만 그 협력이 대학의 자율성과 교육 철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광운대는 이 두 가지를 '사람 중심 산업교육'이라는 원칙으로 조화시키고 있다.
산업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대학은 그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광운대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기업이 요구하는 최신 기술과 실무 역량을 교과 과정에 반영한다. 하지만 산업의 주문형 교육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기술을 배우는 동시에, 그 기술이 사회와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고민하게 하는 것이 우리 대학의 교육 철학이다.
결국 대학은 산업의 하청기관이 아니라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동반자여야 한다. 산업의 수요를 존중하되, 교육 주도권은 대학이 가진다는 원칙 아래, AI와 반도체 분야에서 '실무형이면서도 품격 있는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RISE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광운대는 서울형 RISE 모델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혁신에 기여하고 있나.
▲광운대는 RISE 사업에서 '서울 평생교육 고도화'와 '지역 현안문제 해결' 두 개의 과제에 최종 선정됐다. 광운대가 주도하게 될 서울 평생교육 고도화 과제는 지역사회 성인학습자가 유연하게 고등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미래형 평생학습 환경을 조성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전문가형 시민(Expertizen)'을 양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역 현안문제 해결 과제에서는 대학이 지역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역할을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지역 현안문제 해결 돌봄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상담·심리·교육·치료 분야의 전문성과 ICT 기술을 결합해 AI 기반의 스마트 돌봄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틈새메타코칭'이라는 광운대만의 독자적 돌봄 전략을 개발했다. 이는 전문 코칭 과정을 통해 양성된 활동가들이 돌봄 사각지대의 이웃에게 정서적·심리적 지원을 제공하고, AI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돌봄이 단순한 복지 서비스가 아니라, AI와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참여형 지역 안전망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서울 동북 4개 자치구(노원·성북·도봉·강북)를 중심으로 대학-지자체-지역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학 협력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각 지역 돌봄 데이터를 공유하고, AI 기반 통합 플랫폼으로 돌봄 서비스를 효율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광운대가 2034년 100주년을 맞이할 때 어떤 대학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광운대는 무선통신과 전자공학의 효시 교육기관으로 1934년에 설립돼 2034년에 10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즉, 2025년 현재 90여 년간 줄곧 통신·전자 분야에서 우리나라 근대화와 산업 발전에 깊이 기여해 온 대학이다. 되돌아보면 우리 대학에는 일제강점기 전보·통신 분야와 전자부품 인력 양성을 통해 조국 산업화에 기여하고자 했던 설립자의 기술보국 창학정신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광복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며 통신이 국가 재건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도 잘 알려져 있다. 당시 통신병으로 활약하며 희생된 우리 대학 졸업생도 많았고, 지금도 국가 안보·정보 분야에서 우리 동문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도 1회 졸업생 오동선 동문이 세계적 기업 '삼화콘덴서'를 세우는 등 기술보국의 정신을 실천해 왔다. 삼성, SK하이닉스, LG 등 한국 전자산업의 핵심 기업에서 많은 동문이 중추적 역할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광운대는 전자공학중심의 광운공과대학에서 1987년 종합대학으로 승격된 이후 인터넷 정보화 시대와 멀티미디어·K-문화 시대를 거치며 사회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해 왔다. 8만여 동문 역시 각 분야에서 기여한 바가 크고, 현재 직면한 AI 시대에서도 그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광운대의 역사는 단순히 '전자에 강한 대학'이 아니라, 라디오·TV·전화기·반도체·콘덴서·AI 등 우리 산업과 사회 전반에 광운의 기술과 정신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이 가치를 지금 우리 사회가 더 알아봐 주길 바란다. 100주년을 맞는 2034년에는 이러한 역사와 정신 위에 다시 비상해, '세계가 주목하는 대학'으로 도약해 나가겠다.
◆윤도영 광운대 총장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부터 광운대 화학공학과에서 재직해왔다. 교무처장·공과대학장·환경대학원장 등 학내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교육인적자원부 부총리 표창(국가산업발전), 서울시장 표창(중소기업 기술력 향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지난 7월부터 제13대 광운대 총장을 맡고 있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