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결합'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합병...가상자산·핀테크 빅뱅

Photo Image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의장, 송치형 두나무 회장

네이버파이낸셜과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전격 합병을 결정했다. 국내 디지털 금융·가상자산 시장 지형을 바꿀 큰 이벤트다. 가상자산 거래로 몸집을 키워온 두나무는 단숨에 커머스를 중심으로 한 핀테크 결제 생태계를 손에 쥐게 됐고, 수익 구조가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네이버페이는 가상자산·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수익원과 성장 동력을 확보할 발판을 마련했다.

26일 양사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교환을 의결했다. 주식교환 비율은 1대2.54로 확정됐다. 산정된 기업가치만 놓고 보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각각 4조9000억원, 15조1000억원으로 1대 3.06다. 교환 기준일은 내년 6월 30일이다.

내년 5월 22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과하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고, 네이버 손자회사가 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일반사업지주사로 전환된다. 직접 서비스 운영보다 두나무와 결제·금융 자회사 등 계열사 지분을 보유·관리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구조다.

송치형 두나무 의장은 이번 지분 교환으로 네이버파이낸셜 최대주주에 오른다. 다만 경영권은 네이버가 쥐는 구조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17%를 포함 향후 주주간 계약을 통해 송 의장(19.5%), 김형년 부회장(10.0%)이 가진 지분 의결권을 위임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양사 비즈니스 지형도 크게 바뀐다. 두나무는 업비트 중심 가상자산 거래 기반 위에 네이버페이 결제망, 커머스 제휴 네트워크를 얹어 결제·투자·자산관리로 이어지는 사용자의 '돈 흐름'을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나스닥 상장을 포함한 글로벌 자본시장 전략을 뒷받침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네이버페이는 그간 수수료 중심으로 제한됐던 수익 구조에 가상자산·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 등으로 이어지는 고수익 금융 비즈니스를 추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네이버 측은 주총 통과를 무난하게 예상하는 분위기지만, 두나무 쪽에서는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표심과 반대매수권 행사 여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두나무 주요 FI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 (10.6%), 우리기술투자 (7.2%), 한화투자증권 (5.9%) 등이다.

반대매수가 대규모로 발생할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이 부담해야 하는 현금 유출이 증가해 교환 구조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내년 5월 22일부터 6월 11일까지다. 이번 결의안에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1조2000억원을 초과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건도 달렸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