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AI가 이끈 메모리, 향후 전망도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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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삼성전자 반도체의 부활을 알린 건 역시 메모리다. 인공지능(AI) 메모리로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실기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심기일전한 삼성이 기술 경쟁력을 다시 끌어 올리면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AI로 메모리 시장이 약 8년 만에 초호황기, 이른바 슈퍼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이 경쟁력을 복원한 것이어서 시장 판도가 다시 달라질 지 주목된다.

◇ HBM3E 엔비디아 공급…HBM4도 사활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성과의 관심은 단연 HBM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컨퍼런스 콜을 통해 “전 세계 모든 고객에서 HBM3E를 공급하고 있다”면서 엔비디아 납품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HBM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에 D램 1위(분기 기준) 자리도 내줬다. AI 반도체 시장 1위 엔비디아가 HBM과 D램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했다.

3분기 실적에는 HBM3E의 납품 성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분기 대비 80% 이상 HBM 판매량이 늘어서다.

삼성전자는 내년 HBM의 공급 물량에 대한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했다고 밝혔다. 차세대 HBM4 공급 물량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HBM3E 중심으로 읽힌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HBM3E 필요 물량이 점진적으로 줄어 사실상 '끝물'이라는 평가도 있었으나 여전히 수요가 견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엔비디아의 HBM4 성능 평가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르면 내달 중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도 HBM4 승인 여부가 나지 않았다. 삼성전자에도 똑같이 기회가 열려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고객사 사이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 경쟁이 심화하면서 보다 높은 성능의 HBM4를 요구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고객 요구를 상회하는 성능의 HBM4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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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낸드도 수요가 공급 압도…내년 상반기까지 '메모리 초호황'

HBM 외 D램과 낸드도 호기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일반 메모리 몸값도 뛰고 있다. 메모리 생산능력이 세계 최대인 삼성전자에 유리한 조건이다. 특히 AI 서버용 D램과 낸드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D램·낸드 시장 중심이 AI로 옮겨가다보니 스마트폰 등 모바일이나 PC용 메모리 공급까지 제한받고 있다. 거기다 삼성전자 등 메모리 공급사의 재고 물량이 상당히 줄었다. 이를 다시 확보하려면 실제 출하량은 큰 폭으로 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주요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들의 자본지출(CAPEX)이 확대되면서 AI 관련 (메모리) 수요 견조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반면 재고가 정상 수준 이하로 낮아지면서 공급이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즉 시장에 풀리는 D램과 낸드가 제한된다는 의미로, 메모리 가격 상승의 요인이다. HBM 뿐 아니라 D램과 낸드로도 높은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HBM3E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수익성이 높아진 AI용 D램과 낸드 판매에도 집중하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추세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동률 끌어올린 파운드리, 분기 최대 수주 실적

삼성전자 DS부문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파운드리도 반등하는 모습이다. 상반기까지는 미국의 중국 첨단 반도체 규제로 인한 재고 충당금, 낮은 가동률 탓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3분기에는 일회성 비용이 감소하고 가동률이 개선돼 적자가 대폭 줄었다고 회사는 강조했다. 특히 4·5·8㎚ 등 기술 노하우가 축적된 공정에서 다수의 고객을 확보, 가동률이 크게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2나노미터(㎚) 대형 고객 확보 등 선단 공정 중심으로 역대 분기 최대 수주 성과도 거뒀다. 삼성전자는 최근 2㎚ 1세대 공정을 적용한 첫 제품 양산을 시작해 본격적인 2㎚ 공정 경쟁에 참전했다. 인텔이 지난달 2㎚급인 인텔 18A 공정을 가동했고, TSMC도 곧 양산 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수율 안정화 등 누가 선제적으로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 파운드리 시장 변화도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 공정 생산의 주요 거점이 될 미국 테일러 팹을 내년 가동한다.

시스템LSI는 다소 정체된 성과를 거뒀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3분기부터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됐고, 미국 관세 정책에 대비해 재고를 축적했던 주요 고객사들이 재고 소진에 나서면서 수요가 약화된 탓이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4분기에도 시장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공정 조기 안정화와 성능을 확보, 주요 고객 핵심 스마트폰 모델에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차기 갤럭시 모델에 얼마나 엑시노스 2600을 공급할지가 관건이다.

또 2억화소 및 나노프리즘 등 차별화 기술을 앞세운 이미지센서를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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