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하이브리드'로 전동화 속도 조절…관세·규제 해소해야

Photo Image
현대차그룹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구조도

국내 완성차가 100% 전기차 전환 속도를 다소 늦추고 하이브리드차(HEV)와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 등을 늘리는 것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변화하는 전동화 수요에 탄력 대응하기 위해서다.

최대 수출국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시시각각 달라지는 주요국의 환경 규제에 성장세를 기록 중인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신차 효과를 극대화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주요국의 탄소중립 목표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차(ICE)와 순수 전기차(BEV) 사이 간극을 메우는 합리적 대안으로 떠올랐다.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기차 수요 둔화에 반사이익을 본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은 올해 2778억8650만 달러에서 2035년 1948억18490만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21.5%로 연료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높은 상승세다.

Photo Image
기아 화성공장 생산라인

◇국내 완성차, 전동화 속도 조절

국내 완성차는 일제히 전동화 속도 조절에 나섰다. 애초 2025년 이후 신차를 전기차로 완전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미루고, 하이브리드차 투입을 결정한 현대차그룹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대표적 사례다.

제네시스는 내년 미국 출시를 목표로 GV70 기반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를 개발 중이다. EREV는 엔진을 주행이 아닌 순수 발전용으로만 사용한다. 높은 에너지 효율 덕분에 주행가능거리가 1000㎞에 이른다. 현대차그룹는 다른 차종에도 EREV를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G80과 GV80 등 주요 제품군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도입을 확대한다. 연료 효율과 배출가스 규제 측면에서 내연기관 모델의 불리했던 점을 극복, 하이브리드가 중심인 렉서스 등 해외 고급 브랜드들과 동등한 경쟁력을 갖출 전망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 8세대 아반떼와 7세대 투싼의 하이브리드 생산량을 대폭 늘려 주요국 하이브리드차 수요에 대응한다. 기아 역시 셀토스와 텔루라이드에 처음으로 하이브리드를 추가해 상품성을 강화한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보급형 모델 투입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을 강화한다. 현대차는 유럽을 겨냥한 아이오닉 3(가칭), 기아는 EV2 출시를 준비 중이다. 두 신차는 시작가를 2만5000유로 이하로 낮춰 유럽·중국 전기차에 맞선다.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 역시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를 주력으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한다. 르노코리아 오로라 2(가칭), KGM의 Q300과 SE10가 시장의 기대를 모으는 신차다.

Photo Image
미국 수출을 위해 선적 중인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관세 및 규제 리스크, 車 업계 최우선 과제로

신차 공세를 준비 중인 국내 완성차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미 관세 해소를 통한 불확실성 제거다.

미국이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과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던 현대차그룹 등 한국 자동차 업계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에서 올해 4월부터 반년 가까이 25%에 달하는 관세를 물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2분기 관세 영향으로 합산 1조6142억원의 영업이익 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 이후에는 관세 충격을 완화할 재고가 소진되며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규제 완화도 과제 중 하나다. 전기차 이외에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에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설정한 2035년 무공해차 보급 시나리오(840~980만대)는 내연기관 판매 금지 수준의 강력한 보급 목표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현재 목표치는 사실상 내연기관차 판매가 중단되어야 가능한 수준”이라며 “국내 산업 생태계의 전환 대응 능력을 고려한 지속 가능하고 현실적인 수준의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