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툴리눔 톡신은 이미 전 세계에 공개된 범용화 기술입니다. 게다가 기술 난이도가 낮아 대학 실험실에서도 만들 수 있는데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 제도가 오히려 후발 바이오 벤처들의 진입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보툴리눔 톡신 규제를 이제는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승규 국민의힘·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시민교육연합 주최로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핵심기술 보호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를 맡은 이승현 건국대 의대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 기술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산업통상자원부 등 6개 부처와 7개 법령으로 관리되고 있다”면서 “이는 과잉규제이며, 실상은 후발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는 진입 장벽이자 기득권 보호 장치”라고 지적했다.
국가핵심기술은 희소성, 전략성이 높은 기술을 대상으로 하며 국가 경쟁력 유지와 국가안보 확보가 핵심 목적이다. 기술 성장 가능성이 높고 대체불가능해야 지정될 수 있다. 하지만 보툴리눔 톡신은 현재 희소성이 있거나 독점 기술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은 1호 제품 출시(2006년) 이후 4년이나 지난 2010년에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이후 10년이 지난 2016년에 균주까지 포함해 지정됐다.
이 교수는 “기술 해외 유출성이나 테러위험성이 높다고 주장하면서도 4~10년 후에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것은 상당한 의문”이라며 “안보 목적보다는 선발 기업을 보호하는 방패로 작용해 시장에 신규 진입하려는 바이오 벤처들의 앞길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툴리눔 핵심 생산 공정은 1940년대 산츠 박사 연구를 기점으로 수십년에 걸쳐 논문과 특허로 대부분 공개가 됐고, 관련 특허는 모두 만료됐다”면서 “ITC도 보툴리눔 균주의 영업 비밀성을 인정하지 않고, 천연균주는 독점할 수 없으며 보호가치가 없다”고 설명했다.
보툴리눔 톡신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서 기업들은 수출 전 산업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평균 4~6개월 시간이 소요돼 수출 기회 손실과 계약 취소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로 인한 연간 기회 손실액이 900억~1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두번째 발제를 맡은 이상수 한국시민교육연합 대표는 “산업기술이 범용화돼 보편화됐거나 기술 보호 가치가 낮다고 판단되면 산업부 장관은 해당 기술의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면서 “체계적인 해제 전략과 리스크 대응이 병행된다면 기술 보호와 시장 개방 사이의 균형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보툴리눔 톡신 기술 상용화가 빠르게 확산되는 반면, 한국은 규제에 막혀 시장 진입이 지연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균주 생산시설·취급·이전에 대한 관리는 강화하되 기술 개발과 의약품 상용화는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산업 육성을 추진 중이다. 반면 한국은 수출 승인 지연과 중복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강승규 의원은 “K-바이오는 반도체와 ICT의 뒤를 잇는 차세대 성장동력”이라며 “국가핵심기술 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통해 기업의 글로벌 도전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종식 의원도 “안보와 국민 안전은 지키되, 혁신과 수출 확대를 막아서는 안 된다”며 규제 개편을 주문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