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미래 산업의 혁신과 미래 인재 양성 방안에 대한 견해를 듣고자 여러 질문을 던졌지만, 정작 그의 입에서 나온 가장 시급한 문제에 대한 답변은 다소 의외였다. 인공지능(AI)이나 첨단 기술이 아닌, 바로 '관세의 영향'이었다.
그는 무관세가 옳은지 그른지를 논하기에 앞서, 이러한 상황 자체가 '새로운 규범(new norm)'이 될 것임을 전제하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 새로운 질서 속에서 우리 기업이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었다.
결국, 관세라는 추가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었다. 이 대화 속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몇 가지 깊이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기업의 경쟁력은 '생태계의 경쟁력'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이다. 물론 기업 내부의 효율성과 혁신은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현대의 경쟁은 단일 기업의 역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업을 둘러싼 혁신 생태계와 공급 사슬 전반의 역할과 경쟁력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특정 기업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그 기술을 뒷받침하는 부품·소재 기업이나 관련 인프라가 미흡하다면 전체적인 경쟁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기업 자체의 역량 강화와 함께 그를 둘러싼 혁신 생태계의 활성화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둘째, 이제는 '캐치업(Catch-up)' 전략에서 온전히 벗어나야 할 때라는 점이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선진국을 빠르게 따라잡는 '캐치업' 전략을 통해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우리가 이 전략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일본, 유럽의 선도 기업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혁신과 개선을 이뤘기 때문이다. 종이를 접듯 고속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이미 앞서 나간 이들의 시행착오를 피하며 그들의 발전 속도를 구조적으로 뛰어넘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보다 훨씬 빠른 혁신 속도를 자랑하는 중국과 같은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다. 더 이상 우리의 앞만 보고 쫓아가는 전략만으로는 예전처럼 지속적인 성공을 구가할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캐치업 전략을 대체할 우리만의 독자적인 성공 방식을 찾아내야만 한다.
셋째, 우리는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의 성공 원리가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 과거 우리 기업들은 선배들의 경험과 지식을 학습함으로써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답을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과거의 학습 방식에 의존할 수 없다. 우리는 새로운 학습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그 혁신의 출발점은 바로 교육이 되어야 한다. 과거처럼 대학 4년이 단순 지식 습득의 장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 경영 환경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도전하고, 새로운 해법을 창안해낼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되어야 한다. 대학은 더 이상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재교육하기 위한 기반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곳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관세의 영향이 단기적인 경제 이슈로 끝날지, 아니면 지속 가능한 새로운 글로벌 질서의 서막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맞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제는 특정 기업이나 개인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 기업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혁신 생태계, 그리고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의 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려야 할 때다.
박재민 건국대학교 교수·ET대학포럼 좌장 jpark@konkuk.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