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정부는 미디어·콘텐츠 산업을 총괄할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K콘텐츠가 산업 구조 전환의 변곡점에 선 지금, 단기 처방을 넘어선 근본적인 거버넌스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융발위)'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위상과 권한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정책 조정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산업 구조 개편을 이끌기보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 등 3개 부처 간 이견과 권한 중첩만을 드러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는 2022년 융발위 출범 당시 이를 “미디어 전반의 정책을 구상하고 각 부처가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컨트롤타워”로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국무총리 산하 자문기구로 한정돼 실질적인 정책 집행 조정이나 부처 간 통합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규제와 진흥 정책이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현재의 거버넌스 구조 속에서, 융발위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현재의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개편 방안 모색 필요성이 대두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대통령실 차원에서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단순한 자문 기구가 아니라, 정책 기획부터 실행까지 총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조정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대통령실과 국회, 관계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범부처적 논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며 “문화강국으로 가기 위한 국가 전략 차원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 과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의 부처 간 이해관계와 기능 중복으로는 디지털·인공지능(AI) 기반 시장 확장, 콘텐츠 가치사슬의 융합적 재편 등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책의 일관성과 속도, 효율성을 확보하려면 국가 차원의 전략 기획 조직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대통령실 내에 미디어산업 정책을 전담할 수 있는 비서관급 조직의 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핵심 정책 조율과 전략 수립 기능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 직속으로 전략위원회 체제를 신설, 미디어 산업을 국가전략산업 차원에서 육성·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