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했다. 마용주 대법관과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는 한편 오는 18일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앞장서 한 권한대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마 대법관, 마 재판관 임명이 '동의'에 불과하다면, 이완규·함상규 재판관의 지명은 대통령 몫의 인사권을 적극 행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김성환 전 대법관 후임으로 대법원장 제청과 국회 동의를 거친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를 임명했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있던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도 임명했다. 마 재판관은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을 강행 처리했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그동안 많은 갈등의 원인이 되었던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 등과 관련해 오늘, 다음의 결정을 내리고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한 권한대행은 열흘 뒤인 18일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후임도 지명했다.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다. 한 권한대행은 “(민주당에 의해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경찰청장 탄핵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헌재 결원 사태가 반복돼 헌재 결정이 지연될 경우 대선 관리, 필수추경 준비, 통상현안 대응 등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며, 국론 분열도 다시 격화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중 3명은 대통령이, 3명은 대법원장이, 3명은 국회가 추천해 지명한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한 대통령몫 재판관이기 때문에, 한 권한대행의 이완규·함상규 재판관 지명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사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반발했다. 이재명 대표가 앞장서 한 권한대행의 이 같은 인사권 행사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오전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한 총리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 자기가 대통령이 된 걸로 착각한 것 같다. 토끼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호랑이가 되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권한쟁의 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률적 대응을 검토키로 했다.
국민의힘은 이완규·함상규 재판관 지명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간 보류했던 마 재판관 임명에 대해선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