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체 유래 세포 기술로 탈모 치료에 도전하는 기업이 잇달아 등장하며 주목받고 있다. 꾸준히 복용해야 하고 부작용 부담이 있던 기존 화학 탈모 치료제 단점을 극복하겠다는 포부다.
한바이오는 8일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모유두세포 기반 탈모 치료제 전임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모발 휴지기 상태의 쥐에 조직공학제제 'HXF-101'을 투여, 14일 만에 쥐들에서 새로운 모낭이 생성됐다. 모낭 모습을 관찰했을 때 성장기 유도 효능을 확인했다고 회사는 강조했다.

모근 아래에 위치한 모유두세포는 모발이 자라도록 신호를 보내고 영양분을 공급한다. 모유두세포는 대량생산·보관이 어렵고, 생착률이 낮은 한계가 있다. 회사는 10여년간 지속한 연구를 바탕으로 모낭 하나를 최대 3만모까지 배양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모낭 이식·생착 기술까지 확보해 이번 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한바이오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인체 모유두세포를 대량 배양해 모낭을 이식·재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조만간 돼지 등을 대상으로 한 2차 시험을 진행할 예정으로, 실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강다윗 한바이오 대표는 “인체 세포를 이종(異種)인 쥐에 이식해 모낭 형성 효과를 확인한 만큼 동종 간 치료 효능은 더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보건당국과 협의하며 인체 임상에 속도를 내 2027년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설립한 큐스템은 인간 만능유도 줄기세포(hiPSCs)를 활용한 모유두세포와 상피세포 제조에 성공했다. 체외에서 생산한 모발을 탈모 환자에게 이식하고, 모유두세포에서 분비한 단백질 집합체(시크리톰)로 탈모방지 화장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큐스템은 창업 2개월 만에 퓨처플레이 추천을 받아 중소벤처기업부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됐다.

카본엑스는 산화그래핀으로 탈모 신약을 개발했다. 산화그래핀이 DHT를 흡착·차단해 탈모를 치료한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투자를 받은 카본엑스는 지난해 중기부 주관 창업경진대회 '도전! K-스타트업 2024' 왕중왕전에 진출했다.
탈모 치료제 시장 1위인 프로페시아는 디지털 기술로 선두를 수성한다. 한국오가논은 2023년 남성형 탈모환자 지원 애플리케이션(앱) 마이프로페시아를 선보였다. 프로페시아 처방 환자에게 복약 관리와 치료 정보를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신약 허가까지는 절차가 남은 만큼 새로운 탈모 치료제 개발 기업의 성과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탈모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업 등장은 시장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