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투자자에게 보낸 서한 논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며, 정치권과 금융당국 등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 홈플러스 사태에 대해 '약간의 잡음(Some noise)'이라고 평가절하한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홈플러스의 기습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것은 물론, 사기 혐의 등 사안이 확산하고 있는데도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의 수장으로서 안이한 인식을 드러내면서 MBK와 김병주 회장을 향한 비난이 거세질 전망이다. 여기에 차입매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같은 방식으로 고려아연을 인수하려는 행태에 비판 목소리가 큰 데도 이를 언론 탓으로 돌리면서 이른바 국민정서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검은머리 외국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언론보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달 24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홈플러스 사태에 대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이 언론에 약간의 소음을 일으켰다(The Homeplus rehabilitation generated some noise in the press)“고 밝혔다.

지난달 4일 MBK가 최대주주인 홈플러스의 기습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홈플러스 사태'가 불거진 이후 김 회장의 인식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회장은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홈플러스 사태 긴급현안 질의'에 출석해달라는 요구에도 불응했고, MBK와 홈플러스의 '채권 사기 발행 의혹'에 대해서도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김 회장의 안이한 인식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문제는 홈플러스의 납품업체와 임대인, 채권 투자자, 채권 판매한 금융사 등이 일제히 피해를 호소하며 홈플러스 경영진을 고소까지 했는데도 정작 홈플러스 사태에 책임이 있는 최대주주의 회장은 이러한 투자에서 '불이익은 불가피하다'는 뉘앙스로의 발언했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우리의 모든 포트폴리오가 좋은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라며 “(홈플러스와 관련한) 여러 이해관계자 중 일부는 주주와 비교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MBK와 홈플러스에 대한 금감원과 공정위, 금융위 나아가 고소고발에 따른 검찰의 수사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홈플러스 사태를 일으킨 MBK의 수장으로서 안이한 인식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 1일 금융감독원은 MBK와 홈플러스를 조사한 결과를 일부 발표하며, 그들의 해명과 달리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준비하며 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사기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 것이다.
김 회장은 수개월 째 문제를 유발한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에 대해서도 차입매수 방식에 대한 비판과 기술유출 우려, 해외매각 가능성, 검은머리 외국인 논란, 중국자본 논란 등 숱한 논란에는 '언론 탓'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고려아연 인수는 세계 최고의 멀티메탈 제련소의 '적대적 인수'라는 선정적 헤드라인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우리는 경영 투명성을 구현하고 지배주주의 이익을 모든 주주의 이익과 일치시키기 위해 최대주주의 백기사 역할을 하고 있고, 이번 거래는 지배구조 중심 거래의 물결을 일으키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MBK는 IB업계의 비판에도 지난 주주총회에서 홈플러스 대표이자 이자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과 피해자 양산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고려아연 이사회 이사진에 합류시켰다.
한편 미국 시민권자이자 역외 탈세 의혹 등 검은머리 외국인 논란의 당사자인 김병주 회장은 MBK의 창업자이자 회장으로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유일하게 비토권(거부권)을 갖고 있는 등 전권을 휘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고려아연처럼 국가경제와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국가기간산업을 외국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모펀드가 경영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