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김민경 기계로봇공학과 교수팀이 이다솔 연세대학교 교수, 노준석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교수팀과 함께 메타표면을 활용해 광스핀홀 효과를 단 한 장의 이미지로 실시간 정밀 측정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높은 정밀도와 즉각적인 검출이 요구되어 물체 표면의 변화를 초 단위로 감지해야 하는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광스핀홀 효과는 빛이 물체 표면에서 반사되거나 방향이 바뀔 때 중심 위치가 미세하게 이동하는 현상이다. 이는 초소형 광학 소자 및 정밀 측정 기술의 핵심 원리로, 빔 분할기나 필터 등 다양한 광학 장치에 활용될 수 있다.
기존 측정법에서는 물체 표면에서 반사된 빛을 편광판*에 통과시킨 후 카메라로 빛의 이미지를 얻는다. 이때 편광판의 각도를 회전시켜 여러 차례 이미지를 촬영하고 조합해야만 광스핀홀 효과를 측정할 수 있었다. 이 방식은 높은 정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표면에 대한 정밀 측정에는 한계가 있어 이를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는 활용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메타표면을 이용하면 두 개의 편광판 효과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단 한 번의 이미지 촬영만으로 광스핀홀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혁신적 방법을 고안했다. 메타표면은 나노미터 크기의 인공 구조물 배열로, 빛의 편광과 방향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메타표면을 통해 서로 다른 편광을 가진 두 개의 빛을 분리하고, 이들이 카메라의 서로 다른 위치에 동시에 도달하도록 설계했다. 두 빛의 상대적 위치 차이를 분석하여 광스핀홀 효과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프리즘에서 반사된 빛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단 한 장의 이미지 촬영만으로도 광스핀홀 효과를 측정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기존 방식과 동일한 정밀도를 유지하면서도 측정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인 것이다. -2.5°에서 2.5°까지 0.5° 간격으로 총 11회 회전하며 측정하던 기존 방식과 동일한 정밀도의 결과를 단 한 번의 측정으로 얻었다.
또한 메타표면을 회전시켜 광스핀홀 효과의 측정 민감도를 조절하고, 광스핀홀 효과가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환경을 만들고 해당 측정법을 적용한 실험에서도 광스핀홀 효과의 변화를 초 단위로 실시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김민경 교수는 “기존 방식은 수차례에 걸친 측정 절차가 필요해 실시간으로는 사용될 수 없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단 한 번의 측정만으로도 광스핀홀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며 “이 기술은 화학, 생물학, 의학 등 실시간 초고감도 검출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3명의 교수가 공동 지도하고 이진경 GIST 박사과정생, 김재경 POSTECH 석박통합과정생, 심상민 연세대학교 석박통합과정생이 함께 수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세종과학펠로우십, 기초연구실, 중견연구자사업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의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에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