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많이 쓰는 용어를 꼽자면 '정무'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이 표현은 정무 감각, 혹은 정무적 결정 등으로 사용한다. '정치적 고려'라는 의미를 담는다. 그러나 정무를 단순히 정치적 판단으로 치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무의 기반이 다양한 탓이다.
여기에는 정당 내부 사정과 정책, 특정 세력의 입장 등이 주다. 여론 동향 역시 정무적 판단의 기초가 된다. 특히 여론 동향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여론조사가 활용되곤 한다. 대통령 직무수행평가, 정당 지지율, 인물 선호도 평가 등은 물론 각종 현안을 묻는 여론조사 등이 포함된다.
공교롭게도 정무적 판단이라는 표현은 선거철에 유독 많이 등장한다. 선거철에는 비공개 여론조사를 통해 여론을 파악하고 정무적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 아울러 '여론이 이렇다. 내부 사정이 이렇다'라는 설명 대신 '정무적 판단'이라는 하나의 표현으로 해명을 끝내기도 한다. 해당 판단을 내리기까지 수많은 의견이 오가지만 해명은 정무적 판단 단 하나인 경우도 많다.
최근 들어 '정무적 판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빈도가 다시 높아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대선 개최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인용 시에는 60일 안에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양당은 모두 전당대회도 치러야 한다.
그런데 이들의 정무적 판단에는 대부분 '국민'이 빠져있다. 앞으로의 내 살길만을 위해 소속 정당을 곤란하게 한다거나 자신의 정치적 이득만을 위해 움직이는 경우다. 표면적으로는 양극단으로 갈라진 정치와 국민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결국 그 끝은 개인의 정치적 이득이다. 앞으로 더는 '정무적 판단'이라는 표현 뒤에 숨어 자신만의 이득을 취하는 정치인이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정무적 판단의 기준은 국민이어야 한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