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약품 허가·심사 과정에 인공지능(AI)을 접목, 업무 효율성 증대와 심사기간 단축까지 꾀한다. 'AI 심사관'으로 대변하는 지능형 허가·심사 프로세스을 구축해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2일 정부기관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지능형 의약품 허가·심사 체계 구축을 위한 정보전략계획(ISP) 수립에 착수했다.

이번 ISP에는 의약품 허가·심사 과정에 로봇자동화(RPA), 생성형AI 등 최신 IT를 접목해 자동화·지능화하기 위한 밑그림이 담긴다. 전반적인 추진 체계, 조직, 방법, 예산 등을 하반기까지 도출한 뒤 예산 확보를 거쳐 내년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식약처는 기존 의약품 허가·심사 프로세스를 단기적으로 자동화, 중장기적으론 지능화 체계로 고도화할 방침이다.
우선 허가·심사 과정에서 단순 반복 민원이나 간단한 심사, 제출자료 형식 요건 검증 등은 RPA를 활용해 업무 간소화를 실현한다. 이어 생성형AI 등을 활용해 허가·심사 문서 요약, 초안 작성, 허가사항 비교·검색, 해외 규제 사항 번역 지원 등을 수행하는 'AI 심사관'을 개발, 효율적으로 업무지원에 나선다. 이를 위해 허가·심사 관련 학습 데이터셋 구축, 맞춤형 언어모델 개발, GPU 등 정보 인프라까지 새롭게 구축한다.
식약처가 허가·심사 프로세스 디지털전환에 나선 것은 글로벌 규제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갈수록 복잡해지는 심사 과정과 인력 수급 한계 등 때문이다.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산업이 커지면서 희귀의약품, 바이오신약 등 고난도 의약품 심사 신청도 많아지고 있다. 실제 2018년 신약 등 고난도 심사 건수는 1979건이었지만 2023년 3839건으로 194%나 늘었다. 이에 반해 심사 전문인력은 5년 새 5% 증가하는 데 그쳐 업무 부담 가중은 물론 심사 기간까지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RPA, AI 등 기술을 활용한 허가·심사 지원 체계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식약처가 지난 2023년 세계보건기구(WHO) 우수규제기관(WLA)으로 등재되면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허가·심사 체계가 요구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규제 동향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을 넘어 허가·심사 강화까지 부담이 커지면서 디지털전환을 통한 효율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여기에 오유경 처장 취임 후 AI 기반 수입 심사 시스템 개발, 생성형AI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마련 등 과감하게 추진하는 디지털전환 전략에 따라 핵심 영역인 허가·심사 업무까지 AI 접목이 힘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약처는 연내 ISP 수립을 완료한 뒤 이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을 수립, 내년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원활히 예산을 확보하면 이르면 내년 말 RPA 등 일부 기능을 시범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글로벌 규제기관도 일부 업무에 AI 등을 활용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보고되지 않는 만큼, 우리나라가 상용화할 경우 IT 기반 규제기술을 선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다양한 AI 기술을 허가·심사 영역에 활용해 업무 효율성은 물론 안정적인 프로세스 운영까지 기대하고 있다”면서 “적용할 분야, 기술, 범위, 시점 등 구체적인 사항은 ISP와 내년 예산 확보 결과에 따라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