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연 3% 동결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속으로 금리를 내린 후 '숨 고르기' 차원으로 내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남겨뒀다.
이번 금리 동결은 내수 경기 침체 우려에도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을 고려해 금융 안정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금통위는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 “물가 상승률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정치 리스크 확대로 인해 성장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환율 변동성이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국내 정치 상황과 주요국 경제 정책의 변화에 따라 경제 전망과 외환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현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최근 탄핵 정국 등 국내 정치적 리스크가 환율 변동성에 미친 영향에 주목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 환 헤지 물량, 시장 안정화 조치 효과 등을 고려하면 환율 상승분에서 (정치 영향은) 20원보다 큰 30원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률과 가계부채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을 고려해 관망을 택한 것이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가계대출은 주택거래 감소 등으로 둔화됐다. 12월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41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4000억원 줄며 지난 3월 이후 9개월 만에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
전국 주택가격도 지난달 하락세로 전환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가 가격 상승 등으로 1.9%까지 높아졌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은 1.8%로 소폭 낮아졌다.
이번 금리 동결에 한미 금리 차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1.50%P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미국 금리는 4.25%~4.50%다.
다만, 한은은 통화정책 방향이 금리인하 기조로 전환됐음을 분명히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모두 앞으로 3개월 이내에 지금 금리 연 3.00%에서 더욱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선 국내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경제상황 평가에서 “국내경제는 수출이 당초 예상대로 증가세가 크게 둔화하고 정치 불확실성 증대 등에 따른 심리 악화로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는 지난 전망에 못 미칠 것”이라 분석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