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춘추전국시대 장자의 제물론에 '조삼모사(朝三暮四)'가 실려 있다. 송나라 저공은 원숭이를 길렀다. 원숭이 먹이인 도토리가 부족해 1일 제공량을 줄였다.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주니 원숭이가 화를 냈다. 거꾸로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면 어떠냐고 하니 좋아했다. 눈앞 이익에 급급해 멀리 보지 못할 때 비웃는 말이다. 정말 그럴까. 도토리 부족이 일시적 현상이면 문제될 것이 없다. 장기적 현상이면 어떨까. 저녁에 4개를 준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 원래 먹이량을 알 순 없지만 먹이감소가 추세가 되면 더욱 위협적이다. 1일 제공량이 같더라도 아침에 1개를 더 받는 편이 낫지 않을까. 똑똑한 원숭이라면 도토리를 잘게 부숴 물을 부어 양을 부풀릴 수 있다. 도토리묵을 만들어 팔아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도토리의 가치가 높다면 시장에서 다른 먹이로 교환해 비축할 수 있다. 아침과 저녁사이 '시간'이라는 가치를 활용하면 된다. 원숭이가 어리석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미국 스탠퍼드대 월터 미셸 박사의 1960년 마시멜로 실험은 어떤가.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하나씩 나눠준다. 15분간 먹지 않고 참으면 마시멜로 1개를 더 준다고 제안한다. 아이들 중 3분의 1만 자제력을 발휘해 마시멜로 1개를 더 받았다. 성장한 아이들을 추적했다. 자제력이 좋았던 아이들은 학교, 직장에서도 높은 성과를 냈다. 실험은 자제력이 높을수록 성취도가 높다는 결론에 이른다. 정말 그럴까. 미래의 불확실성보다 현재의 확실성을 선호하는 것은 생명체의 본능이다. 자제력을 발휘해 이익인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도토리, 마시멜로는 소비재 음식이다. 추가적인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 기다리지 말고 미리 받아 바로 먹어도 된다. 그것이 미래의 성과까지 좌우한다니 황당하다.

도토리, 마시멜로가 아니라 암호화폐, 게임아이템 같은 것이면 어떨까. 가치의 추가적인 창출이 가능하다. 시간은 돈이다. 작은 이익에 연연해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스트레스를 받으며 참아야 했던 그 15분, 아침과 저녁 사이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활용하면 된다. 미리 받은 암호화폐를 투자, 매매 등 거래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게임아이템을 미리 활용하면 게임성적을 빨리 높일 수 있다. 15분 또는 저녁까지 참고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다. 자제력보다 시장과 상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판단이 앞서야 한다. 결정은 빨리 실행돼야 한다. 공동체의 법제도와 시장시스템이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마시멜로 실험을 응용해 보자. 월터 미셸 박사가 오전 9시에 현금 10만원을 준다. 받지 않고 오후 6시까지 참으면 20만원을 준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오전 9시에 10만원을 받는다고 해서 자제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을까. 미래에도 무능한 자가 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시장에 변화와 기회가 없다면 오후 6시까지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떨까. 10만원은 주식 등 투자를 통해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오전 9시에는 10만원에 불과하지만 오후 6시엔 20만원의 가치를 훨씬 상회할 수 있다. 자제력 있는 자가 오히려 무능할 수 있다. 시간을 활용하면 추가적인 가치와 효용을 창출한다. 그러기 위해선 창의를 장려하는 공동체의 법제도와 시장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
창의력을 위해선 통념을 뒤집어야 한다. 통념은 동서고금의 누군가 만들고 많은 사람이 따랐던 이야기에 불과하다. 여러분이 그 교훈과 해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그때 옳았다고 지금도 옳은 것은 아니다. 통념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뒤집어야 한다. 17도, 46도, 150도, 350도 등 각도와 방향, 앞뒤를 달리해 뒤집어보자. 뒤집고 뒤집어 더는 뒤집을 것이 없고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땐 나 자신까지 뒤집어야 한다. 생각이라는 알고리즘은 끊임없이 뒤집는 시도를 통해 개선되고 창의력을 탄탄하게 만든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