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출당한 뒤 러시아로 망명한 시리아 독재자가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16일(현지 시각) 전 시리아 대통령인 바샤르 알 아사드는 대통령실 공식 텔레그램 채널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망명이 계획된 것이 아니며 마지막까지 순간까지 반군에 맞서 싸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명문에서 지난 8일 자신의 러시아 도피에 대한 진실이 왜곡되고 있다며 “내가 시리아를 떠난 것은 계획된 일이 아니었다. (반군이 진격하는 동안) 나는 다마스쿠스에 남아서 8일 이른 아침까지 내 임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흐메이밈 공군기지에 도착한 후 마지막 군대위치가 함락됐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기지를 떠날 수 있는 실행 가능 수단이 없어 러시아 정부는 8일 저녁에 러시아로의 즉각적인 대피를 준비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망명이 '도피'가 아니며 '마지막까지 테러리스트의 맹공에 맞서 싸우는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정부 세력을 연신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했고 아사드 일가는 '인도적 이유'로 망명을 허가 받았다고 '정신승리'에 가까운 말을 이어갔다.
그는 “개인적 이익을 위해 자리를 좇은 적이 없으며 나를 시리아 국민의 믿음이 지탱하는 국가적 프로젝트의 관리자로 여겼다”며 “국가가 테러리즘의 손에 넘어가고 의미 있는 기여가 가능한 능력을 상실하면 모든 직책은 목적이 없어지고 직업이 무의미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사드 일가는 지난 1971년부터 부자(父子) 세습으로 정권을 이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하페즈 알아사드가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뒤 2000년까지 30년간 장기 집권했고, 이를 아들인 바샤르가 이어받아 24년간 통치해왔다.
50년 넘게 시리아를 독재해 온 아사드 일가는 가난해져 가는 국민들과 반대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시작된 내전 이후 바샤르는 동생 마헤르가 지휘하는 시리아 제4기갑사단을 통해 중동 전역에 캡타곤(중동 지역에서 사용하는 전투용 마약)을 밀수하기도 했다.
아사드 일가가 축적한 재산이 최대 120억달러(약1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지난 2022년 보고서에 적힌 수치지만, 아사드 일가는 재산을 부동산, 금괴, 외화 등으로 세계 곳곳에 숨겨둬 이조차 추정치일 뿐이다.
시리아인의 약 70%가 빈곤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순간을 아사드 가문은 이를 축재의 기회로 삼은 셈이다.
2대에 걸쳐 오랜 시간 이어온 시리아의 독재 정권은 지난 8일 이슬람 무장 단체인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주도하는 반정부 세력에 의해 붕괴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