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는 가운데 중국 반도체 업계 주요 인사들이 향후 5년간 국가 역량을 집중해 '중국판 ASML'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7일 중국 매체 관찰자망 등에 따르면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 공동 창업자인 왕양위안을 비롯한 반도체 업계와 학계 인사들은 최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집적회로 산업 시스템 구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구상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중국 반도체 산업이 규모와 경쟁력 면에서 아직 취약하며 기업 간 과도한 경쟁으로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이어 “흩어진 모래로는 탑을 쌓을 수 없다”며 국가 차원의 통합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장비, 소재 등 세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있다며 제15차 5개년 계획 기간(2026∼2030년) 동안 EDA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실리콘 소재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UV 노광장비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로 네덜란드 기업 ASML이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이 장비에는 약 10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며 협력 업체만도 5천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ASML은 기술을 집대성한 기업일 뿐”이라며 중국 역시 국가적 역량을 모아 기술을 통합한다면 EUV 장비 개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통합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자금과 인력을 집중 관리해 경쟁력을 갖춘 선도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5년은 중국 반도체 산업이 와신상담할 시기”라며 기초 연구와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제안에는 낸드플래시 기업 YMTC의 천난샹 회장, 반도체 장비업체 나우라 테크놀로지의 자오진룽 회장,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업체 엠피리언의 류웨이핑 회장 등 업계 주요 인사들이 참여했다.
해당 글은 지난달 과학기술 관련 매체에 처음 게재됐으며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 개막일인 지난 4일 온라인판으로도 공개됐다. 이번 양회에서는 과학기술 자립을 핵심으로 한 제15차 5개년 계획이 주요 의제로 논의되고 있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정산제 주임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집적회로와 위성 인터넷망 분야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투자 규모가 1천억∼1조 위안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EUV 노광장비 시제품을 제작해 시험 중이며 이르면 2028년 이를 활용한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지난해 12월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ASML 출신 엔지니어들이 장비를 분해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시제품을 개발했으며 극자외선 생성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실제 칩 생산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선기자 km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