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탄핵안 가결로 인해 그간 금융·외환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다소 완화되겠지만, 여야정 합의체 운영을 통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15일 '비상계엄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및 대응방향'을 내놓고 “금번 국회 탄핵안 가결로 정치 프로세스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재차 확대되지 않도록 정부와 함께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과거 두 차례의 탄핵 당시와 마찬가지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경제심리가 약화된 것이 공통적”이라고 진단하면서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대외여건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두 차례의 탄핵 국면에서 주가는 급격히 하락한 뒤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단기간에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현 상황도 마찬가지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3일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400선을 내준 뒤 탄핵 가결 가능성이 점차 커지면서 다시 4거래일 연속 상승해 지난 13일 2494.46 수준으로 올라왔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거래일인 3일 종가 2500.10을 쌀짝 밑도는 수준이다.
외환시장 역시 다소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진정을 찾아가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전까지만해도 1400원선을 오가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430원선 수준으로 거래 기준이 다소 높아진 상황이다.
한은과 마찬가지로 시장 참여자 역시 증시나 환율 등 금융·외환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번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대통령 직무 정지가 불가피해졌지만, 국민 여론에 부응하는 과정이 진행된다면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한 환율 상승분은 일부 되돌려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오는 18일 연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유효하다는 점을 감안 시 국내 증시에서는 연간 낙폭과대 중 2025년에도 순이익이 증가 할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물 경제 측면에서는 불안 상황이 여전히 남은 상황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제 심리 위축 조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뉴스심리지수는 100 안팎에서 등락을 이어오다 이달들어 83.2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이는 2022년 12월의 82.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카드사용액도 11월 회복 흐름을 보인 이후 12월 들어서는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특히 내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에 따른 대외 변수 변화는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정치상황의 전개과정에서 갈등기간이 길어질 경우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지속되거나 경제심리 위축이 소비둔화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