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경제계가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첨단산업 협력을 지속하고, 주요 산업 공급망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양국 정부에 촉구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기반한 통상 체제를 유지하는 등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예측 가능한 투자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미국상공회의소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국상공회의소에서 제35차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양측은 선언문에서 “양국은 기술 산업을 겨냥한 차별적 법안을 포함한 무역장벽을 제거하고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비즈니스·규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한·미 기업이 경쟁국으로 인해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한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권고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 FTA 재협상,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칩스법) 개정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통상 환경 불확실성이 커진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은 “국내 생산과 연구개발(R&D), 지역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한 정책들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도록 산업계와 정기적으로 대화할 것을 권고한다”고 명시했다.
또 “양국 정부가 한·미 FTA를 양자 경제협력 강화의 기반으로 재확인하기를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한경협과 미국상의는 한·미 FTA에 기반한 경제협력을 실천하는 워킹그룹도 설치하기로 했다. 또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자력, 조선업을 양국 협력 유망 분야로 꼽고 투자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전문직 비자 개선 등으로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도록 지원을 요청했다.
반도체·배터리, 핵심 광물, 방산, 항공우주 등 첨단 전략산업은 물론 제약·바이오, 의료기기 산업 분야 생태계 협력도 강조했다.
이날 총회는 미국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여 만에 개최돼 국내 경제계 관심이 집중됐다. 한경협은 4대 그룹을 포함해 40여명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 민간 사절단을 파견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윤영조 삼성전자 부사장,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 손상수 SK아메리카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사절단은 총회 이후 11일까지 미국 주요 인사들과 소통을 이어나간다. 미국 의회 내 지한파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소속 토드 영 상원의원, 아미 베라 하원의원, 마이크 켈리 하원의원 등과 면담한다.
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등 싱크탱크와 교류하고 라인스 프리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 켈리앤 콘웨이 전 백악관 선임고문 등 트럼프 1기 출신 인사들도 만날 예정이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