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국경 넘는 혁신의 주역, 글로벌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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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섭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케이테크'라는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있다. 2018년에 창업해 처음에는 자동차 부품을 생산했으나, 이후 총기류 제조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국내의 엄격한 총기류 규제로 인해 일찌감치 수출에 주력해 온 이 회사는, 지난해 1월 우리 정부의 UAE 경제사절단에 선정되며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정부의 경제사절단이라는 사실 자체가 보증수표였다. 그 인연으로 UAE 국영기업 카라칼에 권총 부품과 완제품을 공급하는 내용의 합의각서(MOA)를 체결했고, 내년부터 연간 10만정을 생산 공급해 약 2000억원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

AI 반도체 팹리스기업 '리벨리온' 스토리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7월 한국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 가능성을 일찌감치 눈여겨 보아온 사우디 석유그룹 아람코 산하 벤처캐피털(VC) 와예드벤처스가 리벨리온에 2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투자 당시 기대보다 높은 투자가치를 인정받은 덕분에 리벨리온은 설립 4년 만에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고, 투자를 발판으로 사우디 여러 국영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중동 진출을 성공적으로 확대했다. 리벨리온이 빠른 기간에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해외 벤처투자 유치 덕분이다.

우리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려면 이제 국내시장이나 국내 투자만으로는 어려운 세상이 됐다. 우리 K-스타트업 무대가 글로벌이어야 하는 이유다. 마침 K-스타트업에 대한 해외 관심도 매우 뜨겁다. 지난 10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2회 한일 스타트업 협력포럼'과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한-베 투자협력포럼'에서 그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K-스타트업과 교류·협력하고자 하는 많은 해외기업이 줄을 잇고, K-스타트업 위상도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함께 나날이 오르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시장에서 K-스타트업 선전은 그들이 다져온 남다른 혁신 역량 덕분이었겠지만, 지난 15년간 꾸준히 이어져 온 정부 지원정책이 함께 만들어낸 결실이다. 지난 2010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가 스타트업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이래, 지난해 8월 발표된 '스타트업 코리아 추진전략'을 통해 글로벌 스타트업 지원 정책도 한 단계 심화, 발전됐다.

가장 큰 변화는 우리 국민이 국외에서 창업한 기업을 정책지원 대상에 포함하기 시작한 것이다. 종전에는 국내에서 창업한 기업만 각종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난 2월 창업지원법이 개정되면서 국내 창업기업이 해외로 진출해 현지에 법인을 설립한 경우도 국내 스타트업과 동일하게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K-뷰티 플랫폼 기업으로 일찌감치 미국에 진출한 미미박스 같은 글로벌 스타트업이 이 규정이 적용된 대표 사례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 진출해 K-뷰티를 알리고 한국 법인을 통해 국내 경제성장과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K-스타트업이지만, 2014년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해 정부로부터 필요한 지원을 더 이상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창업지원법 개정으로 해외로 진출한 글로벌 스타트업들도 모두 국외 창업기업으로 인정돼 정부의 필요한 지원을 받아 성장하면서 우리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또 다른 변화는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글로벌 펀드 조성과 함께 '글로벌 팁스(TIPS) 프로그램'이 새로 도입되면서 정책이 질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이다. 글로벌 팁스는 대표적 스타트업 정책인 '팁스(TIPS)' 프로그램 글로벌 버전으로서, 글로벌 VC가 발굴하고 선(先)투자한 우리 스타트업에 R&D, 해외진출자금 등을 매칭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12조원 규모로 조성된 '글로벌 펀드'를 지속 확대하고, 구글, MS,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과 협업 프로그램, 세계 주요 거점에 코리아스타트업 센터(KSC) 구축,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지원 등 맞춤형 정책 프로그램들이 글로벌 팁스 프로그램과 연계된다면, 우리 스타트업 글로벌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2년 뒤인 2026년에는 스타트업과 글로벌 대기업, 연구기관, VC, 글로벌 투자가가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글로벌 창업 허브'가 서울과 부산에 각각 구축된다. 글로벌 창업허브가 조성되면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 발굴부터 해외 진출, 글로벌 스케일업까지 더욱 촘촘하게 체계적으로 지원돼 전 세계에서 온 글로벌 스타트업들의 성장 요람이 될 것이다.

글로벌시장을 향한 정부와 스타트업들의 이러한 노력이 한데 어우러진다면 한국 창업생태계는 글로벌 수준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월 열린 'CES 2024'에서 한국 스타트업들이 역대 가장 많은 128개 혁신상을 수상해 한국 스타트업 실력은 이미 세계에서 인정받은 바 있고, 올해 스타트업 지놈이 평가하는 글로벌 창업생태계 순위에서도 대한민국 서울이 '창업하기 좋은 도시' 9위로 선정됐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인들의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Comeup)'이 서울에서 우리를 맞이할 계획이다. 1997년 벤처기업전국대회로 시작된 이래 벤처코리아, 벤처창업대전으로 발전하면서 이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페스티벌로 성장해 온 컴업은, 올해 6회째를 맞으면서 많은 외국기업과 투자기관이 참여해 한국 벤처·스타트업의 우수성과 창업생태계의 성과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며 K-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연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 컴업에서는 '이노베이션 비욘드 보더스(Innovation Beyond Borders)'라는 주제로 오는 11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약 45개 국가에서 온 150여개 스타트업, 글로벌 기업, 지원기관 등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딥테크 10대 분야별로 기업을 구분해 참관객들이 딥테크 기업들의 혁신기술과 제품, 서비스를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 경험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도 국가관과 대형관 부스에서는 해외 기술 트렌드와 각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확인할 수 있는데, 혁신을 위해 한국을 선택한 외국인 창업가, 기후변화 등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스타트업과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대·중견·글로벌 기업들의 성과도 확인할 수 있다. 생성형 AI 등 딥테크 동향, 글로벌 진출 전략 등 20여 개 세부 주제로 국내외 연사 50여 명이 참여해 이틀간 펼쳐지는 국제 콘퍼런스도 관심 있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밖에 범부처 통합 창업경진대회인 '도전! K-스타트업' 왕중왕전, 외국인 대상 창업경진대회인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등 컴업에서만 열리는 경진대회 행사를 통해 정부 지원을 받아 한국에서 창업할 좋은 기회도 얻을 수 있으며, 행사 이전인 12월 9일과 10일에도 서울 역삼동 '창업가 거리'를 포함해 서울 전역에서 '컴업 주간'이라는 이름으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제 K-스타트업 무대는 글로벌로 확대됐다. 글로벌 스타트업의 무한 성장을 발판 삼아 대한민국이 아시아 1위, 세계 3대 글로벌 창업대국으로 도약할 잠재력도 이미 충분하다. 앞으로 정부와 기업이 함께 하는 원팀의 팀-워크가 만들어진다면, 창업대국으로 도약은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

김성섭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필자〉

1970년생으로 대구 능인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39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옛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정책본부 기업협력과장, 창업벤처국 창업진흥과장·벤처정책과장을 지냈다. 중기청이 중기부로 승격한 뒤에는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지역기업정책관을 역임했다. 2022년 5월부터는 대통령비서실 중소벤처비서관으로 일하는 등 정책 기획과 현장 경험을 두루 쌓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 차관은 차관 취임 이후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직접 발로 뛰며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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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중소벤처기업부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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